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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걸음 Apr 11. 2019

아이걸음,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따라 걷는다

아이걸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는 동안 
아이 앞에서 끌어 당기거나 
아이 뒤에서 밀지 않고 
아이를 따라 걷겠다는 마음을 담은 이름입니다.


아이걸음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


23개월 둘째와 공원을 산책했던 날입니다.
아이는 주차장에서 작은 연못까지 거의 뛰다시피 걸어갔습니다.
저도 큰 보폭으로 바쁘게 걸어갔습니다.
아이는 작은 연못에 발걸음을 멈추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옆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오리들을 발견하고 아이는 다시 바쁘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혹시라도 개미집을 밟을까봐 제 시선은 아이의 발걸음보다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아이는 오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한참을 종알거립니다.
한 곳에 서 있지만 신이 나서 깡총깡총 뛰기도 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발꿈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기도 합니다.
멀리 보이는 흰색 오리를 보더니 또다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아이의 걸음을 따라 저 역시 바쁘게 걷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뛰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의 평균 보행속도는 시속 4킬로미터 정도라고 합니다.
평균 보폭은 60~80센티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평균 보행속도와 보폭은 어떨까요?
아마도 측정하기 불가능할 겁니다.
엄마들의 보행속도와 보폭 역시 측정 불가능입니다.
엄마는 아이를 따라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보행속도와 보폭은 아이가 결정합니다.


아이걸음은 느린 걸음이 아닙니다

아이 옆에서, 때로는 아이의 한 발짝 뒤에서, 때로는 두세 발짝 뒤에서,
아이의 걸음을 보며 제 걸음의 템포는 달라집니다.
아이가 따라 걷는 게 너무 느리고 답답하다고 느끼는 시기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갑니다.
                                                                                                              

아이의 첫번째 생일에 서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두 손에 장난감 기차를 하나씩 들고 책장 사이를 열심히 걸어가는 아이를 뒤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이 때는 아이가 향하는 곳까지, 아이의 마음까지 모두 제 시선에 들어왔는데
이제 틴에이저가 된 아이는 너무 빨라져서
그의 시선과 마음이 향하는 곳을 제가 다 알지 못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를 따라 걷기 위해 제가 준비해야 할 것이 점점 더 많아짐을 느낍니다.


아이마다 다른 길을 다른 속도로 갑니다.

저희 첫째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에는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중간에 이것 저것 구경하느라 자주 멈춥니다.
최단거리 직선코스 보다는 관심을 따라 지그재그로 걷는 편입니다.

저희 둘째는 시선이 목적지에 고정되어 있는 편입니다.
어떻게 하면 빨리 갈 수 있는지 계획하고 실천하는 성향을 가졌습니다.

저는 두 아이를 한꺼번에 묶어 끌고 가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두 아이의 속도를 맞추려고 빨리 가는 아이를 붙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인생과 가는 길과 방법과 속도는 아이가 결정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속도로 걸어갑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이를 따라 걷습니다.
아이보다 앞 서 걸으면 저 앞에 보이는 옆집 아이나 옆집 엄마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아이가 걸어갈 길은 옆집 아이가 걸어갔던 길이 아닙니다.


아이는 엄마가 걷지 않았던 길을 갑니다.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합니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엄마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른 세상입니다.
20세기의 교육을 받은 엄마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알지 못합니다.
경험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세상을 걸어가는 법을 엄마가 알려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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