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impulse)을 찾아내라!!!"
모든 일정을 마친 뒤 토마스, 마리오, 그리고 모든 참가자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2주간의 워크샵 동안 느꼈던 것들과 각자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연기 시연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충동(impulse)을 찾아내라."라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찾아내려고 해도 잘 안 되고 막힌 기분이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가?
A. 충동이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연기를 하게 하는 강한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충동을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긴 어렵지만 연기를 하면서 충동에 대해 고민하고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좋은 출발인 듯하다. 어쩌면 그러한 고민 자체가 충동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Q. 자연스러운(Organic) 연기가 무엇인가?
A. 자연스럽다는 것이 물 흐르듯 흐른다는 의미로 해석해서 물같은 연기를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가닉 하다는 것은 여러가지 움직임이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 이야기를 찾아서 연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은 접근법일 수 있다.
Q. 이번 연기 발표에서는 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무대에서 살아있다(Alive)라는 평을 받았다. 그런데 고전에서 나와 상관없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이런 고민을 하는데 있어서 자신이 지금 갖추고 있는 능력(competency)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고전은 우리의 역사, 인간의 그 무언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자신의 삶과 연관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걸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서 자신의 장점과 연결시키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예술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려는 시도를 하라. 이런 것들이 모였을 때 연기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Q. 배우로서 연출가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때 작품에도 도움이 되고, 연출가의 생각과도 조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기본적으로는 연출가가 요구하는 바에 대해 응하는 것(reply)이 맞다고 생각하다. 그리고 우선은 연출가의 생각 안에서 움직여 봐라.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내가 미처 하지 못한 부분일 때도 많다. 그 안에서 믿고 편하게 움직이다 보면 다른 것들이 찾아질 때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연출가도 아이디어만 가지고 배우에게 요구하는 때도 있다. 그런 때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를 강하게 밀어붙여보고 싶을 때는 엄청난 연기를 완벽하게 마스터해서 1대1로 보여줘라. 그러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더라.
이 워크샵에 참여하기 전 “무대 위에서 존재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객관연극, 부정법은 무엇인가?”라는 명확한 질문과 목적을 가지고 참여했다. 2주간의 워크샵 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보다 앞으로 더 고민해야할 부분들에 대한 숙제를 얻어온 듯하다.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서의 2주간의 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일 늦은 시간 끝나는 일정과 일정 후에 개인적으로 개발시켜야 하는 개별 작품들로 인해 2주라는 시간을 집중하고 긴장된 상태로 소화해냈다. 그 집중 상태에서 몸이 느꼈던 것들과 그 안에서 주어졌던 많은 찰나의 생각은 지금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는데 있어 많은 동력을 만들어주고 있다.
“반응하라(React)”, "무대 위에서 살아있으라(Be alive on stage)" 이 두 가지 메시지는 단순히 말로 느끼기 힘든 영역을 내게 실제로 보여줬고, 지금까지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연극, 그리고 연기에 대해, 그리고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함의 끝에서 고민하는 사람들 안에서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Being alive)”이라는 말이 연기 이론 책에 갇힌 문자가 아니라 의미로 다가온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기에 대해 생각했던 선 이상의 지점을 도달해보라고 목표를 만들어줬다.
지금까지 내가 그 이상의 지점을 바라보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검정 팬티 한 장만 입고하는 신체 훈련에서 나는 내 몸, 타인의 몸, 그리고 서로가 반응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내가 “왜” 이 이야기를 2주 동안 하나의 작품으로 발전시켜보고 싶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무대 위에서 증명하는 과정에서 “나는 진심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내 이야기 앞에 더욱 솔직해질 수는 없는가?”라는 내 스스로의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 안에서 어떤 특정 개인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연극 자체가 나에게 “솔직해져라.”라고 말하고 있는듯했다.
토마스가 2주동안 그로토프스키의 연극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설명한 바는 없다. 그는 2주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기술을 전달하려고 했다면 이 워크샵은 거짓일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2주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그로토프스키, 토마스, 마리오가 생각하고 고민해 온 연극, 연기의 한 단면이자 일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느끼고 가져온 생각들은 앞으로 내 연극, 내가 만들어갈 작품에서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갈 연기에 많은 질문과 동시에 에너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번 워크샵 동안 만들어온 이 고민들을 고민의 연속에 끝내는 것이 앞으로 만들어나갈 작품들에 잘 녹여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