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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양 Oct 02. 2020

별이 쏟아지는 베두인 카페 (5)

별이 쏟아진다는게 이런거구나

다합에는 다이빙을 즐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그중 하나 으뜸으로 꼽자면 이 베두인 카페가 아닐까. 아랍어의 바드우(badw)라는 말을 프랑스인들이 발음을 잘못해 부른 것이 베두인의 시작이라고 한다. 바드우는 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을 가르킨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면서 이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즉, 아랍계의 유목민을 가리켜 베두인이라고 한다.  베두인 카페는 말 그대로 그런 베두인들이 운영하는 산 중턱의 카페이다.


늦은 저녁, 해가 저물 때쯤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이곳 다합에서 가장 별이 많이 보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제 파티에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베두인 카페로 향했다. 픽업트럭을 예약하여서 내부 좌석과 트렁크에 옹기종기 모여타고, 20분 정도 산길을 달려 베두인 카페로 향했다. 점점 시내 외곽으로 벗어날수록 가로등 하나 없는 암흑의 공간이 우리를 찾아왔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트럭이 칠흑 같은 어둠 속의 산을 향할 때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으슥했다. 이렇기 때문에 별이 많이 보인다는 거구나. 카페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카페를 떠올렸다가는 큰코를 다치겠다. 마치 수련회의 캠프파이어를 연상시키듯, 큰 돗자리 위에는 방석과 테이블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별이 쏟아진다

자리에 착석하고 주문한 베두인 티가 나왔다. 티를 홀짝대고 있는데 점점 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황홀한 광경이었다. 별이 쏟아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은하수도 처음 봤고 이렇게 많은 별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도 처음이었다. 이 순간 내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게 느껴짐과 동시에 이 시간들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누워 별을 세고 있는 세계 여행자 커플, 가지고 온 카메라로 열심히 세팅하여 별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색가. 별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전망대로 오르는 모험가. 이 순간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흥얼대는 예술가.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이 순간을 즐겼다. 지금, 이 순간 쏟아지는 별 아래에서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마음속에 담아내고 있을까. 나는 이 순간 옆에 있는 우리 어머니와 형이 같이 이 풍경을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한국에 있는 우리 아버지를 포함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함에 아쉬워하며 나만의 방식대로 내 마음속을 빛내줄 별들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이 넓은 우주 아래에서 나 자신이 너무도 작게 느껴지는 순간, 웅장한 자연 앞에서 마음은 겸손해지고 한결 가벼워졌다. 세상은 너무도 넓고 아름다운 곳은 천지구나. 더 열심히 여행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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