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하비 Jun 06. 2023

<1> 또 한 번 부정당하기

노예를 원하는 세상

"대표님은 이번달까지만 계약하고 그만하는 거로 할까 생각하고 계세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는다. 이번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직도 사실 마음이 잘 정리되지는 않지만, 정확한 건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들로부터 부정당했다는 거다.


인생에, 삶에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생각보다 큰 바람이었던 것일까. 그리고 나의 '금전적'가치는 생각보다 형편없이 후려쳐지고 있었다. 그간 쌓아온 경력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물경력으로 치부되고. 내가 잘못해 온 것일까.


이 세상은 전문성을 원한다. 전문성이 없을 거라면 노예 마인드 혹은 젊음을 원한다. 노예 마인드와 젊음은 어느 정도 속성을 공유한다. 젊은 존재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야말로 fresh 한 존재.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며, 순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한편으론 순진한 모습이 마음대로 하기 좋은 호구 같은 모습처럼 비치겠지. 그것은 시키는 대로, 까라는 대로 모두 다 까야만 하는 노예의 모습과 일치한다.


나는 세상이 원하는 것들을 가지지 못했다. 젊지만(혹은 젊었지만) 노예 마인드를 가지지 못했고, 잘못되었다 혹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곧잘 행동으로 옮겨 실천했다. 그것들은 나에게 남들에 비해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었지만, 반대로 한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회사를 가더라도 나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일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일했기에 늘 신입의 포지션에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원하는 fresh 함은 갖추지 않았지만 뭔가 노련한 신입. 남들보다는 이른바 '짬바'가 있었기에 각종 일들에 익숙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렇지만 나의 자유를 침범하는 데에 있어서는 가차 없었다. 특히나 야근에 있어서는 절대 반감을 가졌다. 그런 모습은 곧 회사에 눈엣가시로 비쳤다. 나의 일생을, 나의 영혼 전부를 회사에 바치지 않는 모습이 아니꼽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저런 거북한 말을 듣는 것으로 이어졌다. (계속)


.

.

.

.

나는 이 세상 어디에서 

오롯이 받아들여지고 존재할 수 있을까. 

언제쯤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월요일 세상 서먹하고 금요일 가장 친한 관계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