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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비 Dec 29. 2021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대항해 보기

관심 없음과 소식 숨기기의 활약

 내가 사용하는 SNS는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이다. 그중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구경하고, 재미있는 밈(meme)과 컨텐츠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였을까, 인스타그램 돋보기에서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몇몇 컨텐츠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 잘났어요.' 내지 '내가 이렇게나 잘 산다.'라고 과시하는 피드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출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사진들도 함께. 아주 옛날에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을 때는 자극적인 게 좋은 거지 하면서 그것들을 좇았던 기억이 있다. 잘나 보이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기도 하고, 벗어 제끼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기도 했다. 뭔가 그들을 팔로우하면 나도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지금은 전혀 그들의 방향과 생각에 동의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 피드들이 굉장히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요를 눌러놓은 게시물을 기반으로 추천을 한다고 하니, 무슨 죄가 있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10대 이용자들의 정서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대두되었고, 이는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도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 결과 2022년부터는 기존 알고리즘을 폐기하고 최신순 피드만 제공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물론 인스타그램이 변화했다고 선언했다지만, 나는 수동적인 사용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먼저 내가 바라는 SNS 이용 환경을 구축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피드들로 나의 SNS를 주도적으로 먼저 구성해보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 내가 진행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자랑하고 벗어대는 계정 '언팔로우'

 2. 보기 싫은 계정의 스토리, 게시물 '소식 숨기기'

 3. 돋보기에 등장하는 유해한(?) 피드 '관심 없음' 누르기


 조치를 취한 결과, 생각보다 내 인스타그램 피드는 유의미하게 변화했다. 첫째, 자극 위주의 게시물로 도배되었던 나의 피드는, 보다 사람들의 진짜 일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게시물이 더 위로 등장했다. 내 눈에 끼인 마(?)가 사라지고 나니, 주변 사람들의 일상에 더욱 애정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돋보기에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와 동물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SNS를 하는 초기 목적이었던 세상살이 둘러보기와 사람들의 공감 거리 알아보기를 아주 잘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친 삶에 휴식이 되어주는 귀여운 꼬물이 동물들까지. 셋째, 내가 올리고 싶은 진짜 나의 게시물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보여주기 식 피드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그동안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검열하고 있었다. 이 피드가 남에게 보여줄 만한 피드인가? 혹시 남들이 나를 이러쿵저러쿵 생각하면 어쩌지? 와 같은 인스타그램의 역기능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나의 순수하게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자 하는 SNS의 순기능이 되살아났다. 그러다 보니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다시 생겨나게 되었고, 내가 살고 싶은 세상 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전에는 자극적인 피드들도 내가 다 이겨낼 수 있겠다는, 조금은 우매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자극에 생각보다 약한 존재. 내가 원하는 세상과 이상이 있다면, 그곳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가치들과 가까워지려는 작은 나비효과들이 모여서 원하는 이상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SNS와 매체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닐 것인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갈 것인가.


우리 모두가 주도적인 삶을 살았으면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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