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호 Jan 15. 2023

시작

달팽글방(2023.01.15.)

  천성이 게으르고 쉽게 나가떨어지는 체질인지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항상 한 발짝 늦곤 한다. 뿐만 아니라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해야지 계획은 대단하게 짜두지만(그것도 대략) 시작도 전에 지쳐 푸쉬쉬하고는 꺼져버린다. 그럼 어떠랴, 재밌으면 됐지. 그럼 어떠랴, 언젠가는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굳게 믿고 있다. 내가 지금 안 해서 그렇지 언젠가는 꼭 할 거라고. 매일매일 쓰겠다고. 끄적끄적하는 낙서 말고, 일기장에 쓰는 일기 말고,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글자로 꺼내어 써 내려가겠다고 말이다. 건어물집에 산더미처럼 쌓인 북어포를 보고 저 집 고양이들은 좋겠네, 비 오는 날 하나도 젖지 않은 차를 보며 저 차는 어떤 발수코팅제를 쓴 걸까 하는 별거 아니지만 나에게는 별거인 생각들을. 좋아하는 풍경의 냄새나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사랑하는 고양이들과 아기와 짝꿍의 귀엽고 예뻐서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을.


  그리하여 나는 쓰기를 시작한다. 비록 1월 1일에 시작하려던 계획에서는 또 한 발짝 늦긴 했지만 뭐 어떠랴. 바쁘고 정신없고 귀찮더라도 한 주에 한 편의 글은 쓰겠다고, 느려도 게을러도 꾸준히 쓰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 함께 적어간다. 꾸준히 해 내는 것이 매 달 사는 스피또만은 아닌 사람이 되어 보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