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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도노마드 Oct 09. 2022

어디서 살아야 할까

얼마 전 계약 연장 문제로 임대인과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임대인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인다 해서 내 경제적 상황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봐도 임대차보호법에 저촉되는 일을 너무나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이 조금은 괘씸했다. 관련 법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라 집주인이 잘 모르고 그랬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언제나 이러한 사소한 갈등이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마음이 진정되고 나니 불쑥 이제는 공간을 갖고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일들이 쌓이다보니 이제는 떠도는 삶이 좀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는가' 만큼 삶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나는 나다운 일을 찾기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언제나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뒤로한 채 살아왔다. 집은 사는(living) 곳이 아니라 사는(buying)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 괜히 반발심이 들었던 탓도 있다.


별다른 고민 없이 학교나 직장 근처에서 가깝고 적당한 가격의 방이 있으면 그만이었다. 서울에 막 상경했을 시절에는 고시원 같은 방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어림잡아도 10번 가까이 이사를 했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내 삶에 대한 인식, 태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몸으로 배웠다. 


이제 나는 어디서 살아야 할까. 지금과 같은 대세 하락기에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찾는데 매몰되기 보다는 내가 5~10년을 머물며 살 지역을 찾아보고 싶다. 우선 출퇴근이 크게 불편한 지역이 아니어야 하는데, 다행히 현재 직장도 그렇고 많은 회사들이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있어서 지금처럼 서울 도심에 있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자녀 계획은 먼 미래이기에 학군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었으면 좋겠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깨달은 점은 내가 생각보다 자연과 함께 살아온 시간들이 많았고, 또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에너지를 얻어왔다는 사실이다. 경제활동에 큰 어려움이 없다면 도심속 아파트 보다는 한적한 산과 물이 있는 조용한 지역의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내 작은 소망이다.


이렇게 몇 가지 조건들을 가지고 추려보니 가보고 싶은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커리어도 경제적 상황도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더 이상 중요한 숙제를 미루면 안될 것 겉다. 지금이라도 손품, 발품을 조금씩 열심히 팔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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