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받아 왔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의 한국 사회는 남들보다 더 성취해야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우리는 대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는다. 가족과 나 자신에게조차 그런 사랑을 허하지 않는다. 모두가 사랑받기 위해 물질적 성취에 집착한다. 돈을 얼마나 버는지, 돈을 얼마나 모았는지,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과거 우리나라는 빠른 성장을 위해서, 지독한 가난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서 모두가 물질을 추구했고 대부분은 물질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물질적 성취를 이루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정의, 자유, 자비, 사랑 등 다른 비 물질적 가치를 희생해 왔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가 물질을 추구하지만 모두는 물질을 가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의 늪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루기 힘든 성취에 집착하고 비교하는 삶에는 우울, 불안, 좌절감이 찾아오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생률은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이제는 외신의 주목이 없으면 서운함이 들 정도다. 과연 이러한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일까. 미래의 나와 나의 자녀는 이러한 비교와 좌절의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유학과 이민을 떠나는 사람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은 삶의 큰 위안이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이 언제라도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도움 받을 수 있다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데 있어서의 걱정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비물질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동일한 물질적 가치가 아닌, 모두를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 물질적 가치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