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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지 않은 삶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 부산 시민 독후감 응모작 (범시민) -

by 글짓는 목수

"내 오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우리 창녀의 자식들이 선량한 사람들에게 아주 좋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절대로 우리를 양자로 삼지 않는다." –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중에서 -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 자는 아무도 없다. 우리는 죽는 그날까지 모든 시간 모든 순간 선택을 하고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가 이 땅에 온 것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를 알 수 없다. 굳이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생(生)은 이유를 따지지 않고 주어지며 우리를 옭아매어 죽음으로 끌고 간다.

생은 태어나는 순간 주어진 환경에서 시작한다. 한 없이 무력하고 무해한 생명은 모든 외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누구의 자녀로 태어나는지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 이후 펼쳐질 삶의 모든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태어난 환경이 좌우한다. 어쩌면 우리의 운명은 태어나는 순간 정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 독서토론

로맹가리, 에밀 아자르(Emile Ajar)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그 작가는 내가 태어난 해에 이 세상과 작별했다. 두 개의 이름으로 살다가 떠난 인물이다. 자신 안에 갇혀 있던 어둠은 또 다른 인격으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필명이다. 필명이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면 이명(異名)이 된다. 프랑스 문학계에서 이 두 개의 이름이 동일인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일생에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그만큼 그의 글은 문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아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대표작 [자기 앞의 생]은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배경지식 없이 읽어 내려간 소설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Romain Gary (1914~1980)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상은 온통 엉망진창이다. 어른들은 질서와 규칙과 그 많은 법규들을 만들고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간다고 거짓말만 일삼는다. 아이들의 눈에는 온통 모순과 부조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런 방식의 이야기 구조를 좋아한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그 사고가 유연하고 영혼이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는 존재로만 살아가는 삶 속에서는 인간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가 없다. 모두가 1인칭 주인공으로 살아가지만 3인칭의 다른 존재가 되어 세상을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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