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못한 자의 푸념
등산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오르는 행위보다
오르는 과정을 좋아한다.
해가 기울어 지는 시간,
사람들의 말이 무성한 공기를 떠나
고요가 흐르는 공기 속으로 들어간다.
산은 늘 그렇게 나를 품는다.
이름도, 이력도, 결과도 묻지 않는다.
다만 오늘의 몸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조용히 확인할 뿐이다.
산은 누구에게나 정상을 허락한다.
시간을 들이고, 오르고 또 오르면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 길이 같은 고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숨이 차고,
누군가는 무릎이 떨리고,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자기 생각과 끝없이 대화를 나눈다.
같은 산, 같은 길,
그러나 저마다 완전히 다른 고도.
나는 그 공평하지 않은 고통이
오히려 공평하다고 느낀다.
산은 누구에게도
다른 방식으로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단은 다르다.
등단이라는 말에는
묘하게도 ‘오름’보다 ‘선발’의 그림자가 먼저 드리운다.
그곳에는 고통의 양보다
타인의 시선이 먼저 도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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