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 남자 시즌 2-61
"아~~ 아야! 목이야!"
"와! 전대리님 목이 많이 뭉치셨네, 저 먼저 들어갑니다, 10시 넘었어요 집에 가시죠"
"아~ 벌써 그렇게 됐어? 먼저 가! 나도 이것만 하고 갈 거야"
봉래 씨가 나의 뒤로 와서 어깨를 주무른다. 찌릿한 통증이 어깨에서 온 몸으로 전달되며 신음이 터져 나온다. 그는 이미 노트북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백팩 가방을 둘러맨 채 퇴근할 준비를 완료했다.
밤이 되면 비로소 집중이 가능하다. 전화도 그 누구의 간섭과 갈굼도 없는 밤이 찾아들어서야 한 가지 일에 몰입이 가능하다. 낮에는 콜센터 직원처럼 이리저리 걸려오는 업무전화에 이것저것 주문하는 상사들의 지시에, 쏟아지는 이메일에 대한 답신 등으로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특히 자동차 고객사와 협력사간 연결된 "M톡"이라는 메신저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협력사에게 업무 협조 아니 명령이 하달된다. 고객사는 협력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사실 이건 협력사 직원들에게는 개목줄과 같은 것이다. 아침에 출근과 동시에 고객사의 메신저와 사내 메신저 그리고 이메일에 접속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만약 그 세 가지의 루트를 통한 업무 피드백이 없거나 늦어지면 스마트폰의 카톡까지 업무의 메신저로 변신한다.
초연결 사회는 초강력 감시와 통제의 세상으로 바꿔놓았다. 세상의 발전은 겉으론 화려하고 편리해지는 듯 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 편의에 익숙해진 동시에 통제와 감시에도 익숙해져 간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헉! 누구야?"
현관문 앞에 검은 물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현관문 앞 센서 등이 고장 나서 계단을 다 올라오고 나서야 발견했다. 나는 핸드폰의 라이트를 켜서 현관문 앞을 비춘다. 띠아오챤이다.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한참을 울었던 것일까? 그녀의 눈가에 눈물자국이 선명하다. 그녀는 힘겹게 일어서더니 나의 목덜미를 감싸며 와락 껴안는다.
"你为什么这么玩才回来?我等你好久”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거예요?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요?)
그녀의 손에는 작은 설탕 한 봉지가 들려있다. 그녀는 나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다 다 떨어진 설탕을 사러 나왔다가 문이 잠겨버린 것이다.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물어보려 했지만 핸드폰도 방안에 놔두고 나오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문 밖에서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미안해! 늦어서..."
그녀는 나의 목을 더 꽉 껴안으며 다시 울기 시작한다. 나는 그냥 그렇게 한참을 그녀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서 있는다.
“够了吧?” (이제 됐지?)
그녀는 그제야 나의 목을 감싸던 팔을 풀고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那我们进去吧”(이제 들어갈까?)
방안에는 그녀가 준비한 밥과 음식이 식탁에 차려져 있다. 그녀는 서둘러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식은 요리를 데우고 사온 설탕을 한가득 집어넣는다.
"쨘~ 我为了大叔,亲自做菜让你尝尝! 你很荣幸吧?” (내가 아저씨를 위해 손수 요리를 했어요! 영광이죠?)
“荣幸荣幸! 这是什么菜?”(영광이야 영광! 근데 이건 무슨 요리야?)
“地三鲜, 你上次在教堂说过喜欢吃地三鲜的嘛?”(띠싼씨엔, 저번에 교회에서 띠싼씨엔 좋아한다고 말했잖아요)
“你这都还记得?”(그걸 다 기억해?)
그녀는 젓가락을 들어 나에게 건네며 빨리 맛을 보라는 듯 재촉한다. 나는 감자를 집어 입안으로 가져간다. 달고 짜다. 단짠의 위력에 식재료 고유의 맛이 묻혀버렸다.
“怎么样?” (어때요?)
“好...好吃" (마... 맛있어)
"真的吗?这是我第一次做的菜” (정말요? 처음 해보는 요리인데)
그녀는 얼굴에 화색이 돌며 기뻐한다. 처음 만들어본 음식이 맛있을 리 만무하다. 요리라곤 해본 적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다시 그녀를 울릴 순 없지 않겠는가? 이 음식은 맛보다 마음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물컵을 들었다 젓가락을 들었다를 반복하며 접시의 음식을 다 먹어치웠다. 그녀는 빈 접시를 들어 음식을 더 담아오려는 찰나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내가 잡은 손목을 의아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그 순간 나는 무의식적으로 일어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그 방법만이 가장 옳다고 판단했다. 그녀의 동공이 확장된다.
"쨍그랑!"
그 순간 그녀의 손에 쥐어졌던 접시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아야!"
"야~ 小心!别动!” (조심해! 움직이지 마!)
그녀는 순간 발을 움직이다 접시 파편을 밟은 듯 짧은 비명을 지른다. 나는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접시 파편들을 주우려고 몸을 쑥이려는 찰나 그녀의 손바닥이 나의 뺨을 감싸며 나의 고개를 돌린다.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그녀의 입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단짠한 띠싼시엔의 맛이 가시지 않은 입술을 비비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不好吃也不会扔了吧?”(맛없다고 버리진 않을 거죠?)
그녀는 입술을 떼고 나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눈빛에는 여태껏 보지 못한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 간절함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那你再吃点吧!”(그럼 더 먹어요!)
그날 저녁 나는 결국 남은 띠싼씨엔은 다 먹어야 했고 사놓았던 1.5리터 삼다수를 다 마셔버렸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