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PM의 고민 #1
Marty Cagan의 책 Inspired는 PM(Product Manager)의 '바이블'이라고 알려진 책 중 하나이다. 부제 "How to Create Tech Products Customers Love" 그대로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IT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며 자연스럽게 기업 내에서 제품과 가장 가까이 일하는 PM에게 도움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 책에서 뛰어난 PM이 가져야 할 중요한 책임(responsibility) 네 가지를 언급하는데 이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 (deep knowledge of the customer)"이다.
First and foremost is deep knowledge of the actual users and customers. To make this explicit, you need to become an acknowleged expert on the customer: their issues, pains, desires, how they think- and for business products, how they work, and how they decide to buy.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B2B 제품이라면 고객의 업무수행 방식,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제품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지. PM은 이 모든 것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제 주니어 PM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연차가 쌓였지만, 아직 고객을 100% 제대로 이해한 경험이 없는 것 같아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은 고민이 있다. 고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Business 팀을 통해 고객의 이야기를 전달받고, Customer Success팀과 함께 고객 문의 모니터링도 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너무 좁은 시선을 갖고 있었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 너머 그들의 감정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이 겪는 문제를 일차원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으며 맥락과 배경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해결책을 제시하더라도 단순히 표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한되었고 고객의 근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PM으로서 올해 목표 중 하나는 고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B2C 제품은 절대적인 사용자 수가 많아 비교적 피드백을 받기 수월하고 상대적으로 실험적인 도전을 하기 용이하다. 다만, B2B 제품은 사용자의 피드백 루프가 길 수 밖에 없고 일반 사용자가 아닌 기업이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제품 기능 출시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 이해도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고객 피드백이 더 귀중하다. 고객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1. 첫 번째는 고객을 이해하는데 투자하는 절대적인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많은 PM들이 고객 이해도의 중요도는 알고 있지만 실천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고객을 알아가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우선 매주 캘린더 이벤트를 등록하여 고객을 알아가는데 투자할 시간을 별도로 할애하려고 한다. 이 시간에는 Business, Customer Success 팀이 전달해준 사용자 이야기도 다시 정리해보고, 우리 서비스를 잘 쓴다고 알려진 고객들의 사용 패턴을 들여다보며 다양한 데이터도 활용하여 고객 이해도를 높이려고 한다. 추가로 이미 Business팀과 정기적인 미팅을 하기로 하여 올해는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전달 받을 기회가 생겼다.
2. 두 번째는 더 효과적인 사용자 인터뷰를 위한 준비이다.
감사하게도 작년에 몇 고객이 시간을 내주어 인터뷰를 진행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조금 더 잘 준비했다면 더 많은 것을 끌어내어 단순히 기능 요청 정도의 인터뷰가 아닌 그들의 사용 패턴, 문제에 대한 맥락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1번과 같은 맥락으로 우선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도 중요하고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잘 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제품 로드맵과 고객 유형에 따라 고객 인터뷰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다를 테고 이에 따라 인터뷰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한 후 이에 알맞은 질문들을 준비해야 한다. 추가로 인터뷰 도중에도 고객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팔로업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고객을 이해한다는 것, 고객과 소통한다는 것은 말은 쉬울 수 있지만 UX Researcher라는 직군이 따로 있을 만큼 전문적인 분야이다. 올해 이 분야에 대해 공부도 하고 다양한 시도도 많이 하여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기를 스스로 기대해본다.
고객 이해도는 팀원들의 동기부여와도 크게 관련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문득 이런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지금 개발하려는 이 기능을 우리 고객이 잘 사용할까?" "어떻게, 얼마나 잘 사용할까?"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프로젝트 성공 여부에 대해 의심이 가기 시작하고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는 늘어지고 결과물 또한 만족스럽지 않게 나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단순히 주어진 일을 하려고 스타트업 씬에 뛰어들지 않는다. 개발하는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으며 이 제품을 통해 고객이 사랑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시장에 임팩트를 남기려는 의지가 높다. 고객 이해도가 팀원들의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다.
물론, 개발자, 디자이너가 직접 고객 이야기를 들으며 고객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이상적이고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고객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팀원들이 명확하게 상상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PM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스타트업은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팀원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모든 팀원이 동기부여가 되어 각자 가진 역량의 120%를 발휘할 수 있도록 PM이 노력해야 한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겪고 있으며 우리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어떤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PM이 정확히 이해하고 이 모든 것을 팀원들에게 얼마나 잘 설명하고 설득 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팀의 동기부여, 그리고 제품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잊지 않고 팀원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고객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낼 수 있도록 고객을 더 알아가는데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