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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 Oct 30. 2023

창문 독재자와 함께 살기

평생 당신과 함께 이야기하며 살고 싶어

주말.

차를 타고 나들이 가던 중 실내가 조금 더워서 창문을 열고 싶었다. 딸깍. 소리는 나는데 창문이 안 열리네? 남편이 창문을 잠가둔 걸 알면서도 덥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버튼을 꾹꾹 눌러버렸다.


둘째가 차 안에서 이것저것 눌러버리니 남편이 창문을 잠가 놓은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러니까 창문 하나 열려면 운전석에 앉은 자(주로 남편)에게 말해서 열어달라고 해야 하는 것. 여는 것도 그렇고 닫고 싶을 때도 '요청'을 해야 하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매사 '장난기'가 심한 남편은 열어달라고 할 때 안 열어주고, 닫아달라고 할 때 잘 안 닫아주니 열이 뻗친다.     




우리는 잔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금요일 밤부터 우리를 사로잡은 하나의 "키워드"가 있었고, 주말을 건너와서도 여전히 활발하게 끊임없이 대화로 이어 나갔다. 과거를 후회하기도 하고 좀 더 잘할걸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그런 건 잠깐이었고, 간간이 웃으며 또 서로를 격려하며 말을 주고받았다. 그건 남편이 좋아하는 '미래지향적인 대화' 모드다. 한참 대화를 하던 중, 무심코 창문 버튼울 딸깍거렸고 열변을 토하던 남편이 곧바로 창문을 열어줬다. 내가 말했다. "아 진짜! 너 창문 독재자냐고!" "어 나 창문 독재자야, 창독" 곧장 두 글자로 줄여 말하는 그. 그건 우리가 좋아하는 말습관 중 하나이다. 무엇이든 줄여 말하며 우리만의 언어를 만드는 사소한 습관.




가을볕 아래 드라이브가 이어졌다. 조용하던 찰나 문득 남편이 말한다.

"나는 그냥 평생 자기랑 이야기하면서 지내도 좋을 것 같아."


그래, 나도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무슨 말을 해도 웃기고 재밌고

때론 다정하고 따뜻하고

그런 사람과 살아가는 이 시간이 마치 꿈만 같다.


창문 독재자처럼 누가 들으면 이상할법한 말들을 아무렇지않게 툭툭 내뱉으며 깔깔 웃으며 지내는 9년차 부부. 평생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지 상상하며, 또 얼마나 웃게 될지 궁금하고 설레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함께 늙어갈까.  



친구가 내 카톡을 읽씹해도

누군가 차갑게 나를 외면하는 일이 있어도

다시금 회복된 일상을 살 수 있는 건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이다.

종일 바깥을 종종거리며 다녀도 저녁이 되면 돌아올 수 있는 집,

그 집이 내 속에 있다.


남편이라는, 배우자라는, 보호자라는, 평생 이야기하고 지내고픈 사람이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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