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youlovearchive Mar 30. 2024

듀나,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읻다 넘나리 2기 (240311~240328)



* 별점: 4.0

* 한줄평: 듀나에 대한 편견을 깨준 재미있는 단편들

* 키워드: 나비효과 | 시간여행 | 타임머신 | 로봇 | 함정 | 도플갱어 | 상상 | 원칙 | 평행우주 | 살인 계획


컴퓨터가 신문물이었고 인터넷은 아직 대중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한국 SF의 계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천진난만한 그 시절에, 장르소설을 갖고 놀던 듀나란 사람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만큼 좋은 선택지가 또 있을까? 마감일이 없어도 폭포수처럼 작품을 쏟아내던 ‘90년대 레트로 듀나’를 다시금 만날 수 있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 출판사 서평


———······———······———


* 읻다 넘나리 2기 두 번째 도서로 듀나의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 단편집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를 읽었습니다.


*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는 듀나라는 사람을 영화 평론가로 먼저 접했고, 그동안 그에게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요. 이 단편집에는 작가의 초기 단편 21편과 함께 21편의 코멘터리가 실려 있어서 처음 듀나를 접하는 사람도 작가와 작품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 저는 이 책의 메인 테마로 꾸려진 ‘하이텔’을 접한 적이 없는 독자고, 듀나의 작품은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좋아하는 SF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들이 웃기고 재미있어서, 때론 오싹하고 소름 돋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작품 공개일을 가리고 읽는다면 30년 정도 전에 쓰인 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트렌디하단 느낌을 받았어요.


* 특히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미메시스〉, 〈바벨의 함정〉, 〈도플갱어〉, 〈렉스〉, 〈원칙주의자〉, 〈꼭두각시〉였어요. 재미있게 읽은 단편들의 공통점이라면 반전과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접 읽어보시면 전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ㅎㅎ 책은 두꺼운 편이지만 길지 않은 단편이 여러 편이 실려 있어 어렵지 않게 페이지를 넘기실 수 있어요!


* 듀나라는 거장의 초기 작품 세계가 궁금하신 분은 미발표 데뷔작뿐만 아니라 솔직하게 털어놓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한 코멘터리가 실린 이 단편집을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 특히 하이텔 시대를 경험한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24/03/29]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그리고 그런 렉스의 존재를 떠받쳐 준 것은 사람들의 믿음이었어요. 공포와 미신의 대상이었을 때만, 존재와 비존재의 어정쩡한 사이에 있을 때만, 렉스는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p.158)


| “ (...) 판사님, 저는 원칙주의자입니다.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원칙을 잘 알고 원칙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판사님도 법률가이시니 여기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요.” (p.209)


| 사실 따져보면 자유의지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상황을 선택할 수 없고 필연적으로 주변의 영향을 받으니까요. 우리의 행동 패턴, 취향들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p.330)


———······———······———

매거진의 이전글 구현우 시인과 함께 하는 핀사단 필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