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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Apr 24. 2024

백수린, 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핀시리즈 소설선 011 (240401~240404)



* 별점: 4.5

* 한줄평: 친애하는 나의 엄마에게,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 키워드: 죽음 | 이별 | 추억 | 그리움 | 가족 | 엄마 | 불안 | 불확실 | 이해 |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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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백수린 작가님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현대문학 핀서재에서 진행한 백수린 작가님과 안희연 시인님의 북토크에 가게 되어 작가님의 책을 처음 읽게 되었어요. ‘엄마’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책을 읽었는데 이 책으로 작가님 작품을 처음 읽게 되어 더 좋았습니다.


* ‘사랑’보다 뭔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친애’라는 단어.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애틋함과 뭉클함을 느꼈어요. ‘엄마’라는 단어는 항상 눈물 치트키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엄마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데, 어쩐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꾹꾹 눌러써서 편지를 마무리했어요. 문득 사랑과 고마움을 더 자주 표현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이 될 것을 짐작하고 예분과 현옥, 인아가 화단에서 찍은, 꽃이 보이지 않는 그 사진 한 장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작가님의 낭독으로 들을 수 있어 행복했어요. 조금 눈물이 날 것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 뜨거운 태양 아래 달궈진 모래를 밟다 짙푸른 파도를 향해 달려가는 한 여자, 그리고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어린 여자아이. 아이는 자라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그 아이가 자라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일.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건 모두 기적 같은 일. ‘엄마가 된다는 것이 자유의 가능성을 낳는 일’(신샛별, 「작품해설」)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여성들이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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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날에는 삼계탕을 나눠 먹고,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을 지어 먹고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함께 먹는 사이.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좋은 날 같이 보낼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라고 할머니는 언젠가 내게 말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할머니를 살게 했던 사람들은 나나 엄마가 아니라 아가다 할머니와 글로리아 할머니였는지도 모르겠다. (p.91)


| “그 바닷가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어.”

 나는 아랫배를 노크하는 것 같은 규칙적인 태동을 느끼며 할머니가 기억하는 완벽한 여름, 그러니까 공기는 뜨겁고 향기로웠으며 짙푸른 파도가 곧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모래밭 위로 부러진 나뭇조각과 깨진 조개껍데기가 나뒹굴던 그 여름을 상상했다. 그런 완벽한 여름의 어떤 날, 연노란색 태양이 아직 머리 꼭대기에 있었을 때, 달궈진 모래를 맨발로 밟고 걷다가 무언가에 이끌린 듯 옷을 벗고 바닷물로 뛰어드는 알몸의 여자와 그 옆에 서 있던, 세월이 좀 더 흐르고 나면 그런 엄마가 부끄러워지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수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여자아이를. (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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