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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youlovearchive May 22. 2024

고명재,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문학동네 시인선 148 (240424~240427)



* 별점: 4.5

* 한줄평: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고명재 시인이 말했지

* 키워드: 사랑 | 사람 | 삶 | 사라짐 | 죽음 | 꿈 | 빛 | 어둠 | 얼굴 | 몸 | 마음 | 이야기


———······———······———


* 시집을 읽기 전 시인의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먼저 읽었었는데요. 산문집이 무채색의 향연이었다면,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은 싱그러운 봄과 여름의 색채를 가득 머금은 노랑과 연둣빛의 세계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어요.


* ‘우리는 함께 사랑으로 시간을 뚫었다’(「연육」, p.29)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시인은 혼자가 아니라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지금은 사라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은 사람 속에서 흐르고 굴러야 사랑인 거’(「페이스트리」, p.32)라는 말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사랑이 시집 곳곳에 펼쳐져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았어요.


* 마음에 드는 시가 너무 많아서 다 소개할 수 없는 게 아쉬울 정도 ㅠㅠ 꼭 시집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 박연준 시인의 발문도 정말 좋았어요. 진심으로 감탄하고 찬미하는 발문이 이 시집을 더 빛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봄이면 읽고 싶은 시집을 찾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 시집은 매해 새싹이 움트는 봄이 돌아오면 다시 읽고 싶어요! [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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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행복해야 당신의 흑발이 자라난다고 거대한 유칼립투스 아래에 누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화를 건다 사랑은? 사랑은 옆에 잠들었어요

 / 「청진」 부분 (p.10)


*

 어떤 기사는 풍차를 보고 돌진했다고 한다 그의 돌진을 솔직이라고 한다 솔직한 눈 꼭 잡은 손 솔직히 말하면 첫눈을 핥고 당신과 강물에 속삭이는 거예요 어떤 이들은 그 풍경을 소중히 여겨서 강가의 조약돌이며 반짝임까지도 모두 모아서 도서관으로 보낸다

/ 「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 부분 (p.65)


*

 님아 그 강 그 강 모두 강 때문이죠

 번들거리는 몸도 마음도 강 때문이죠

 수영을 시작한 건 귀하게

 숨을 쉬고 싶어서

 죽을 것처럼 보고플 때 빠지지 않고

 숨을 색색 쉬며 용감하게 나아가려고

/ 「자유형」 부분 (p.82)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등불을 켜야지”라는 문장 앞에서 결국 셋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랑을 주는 일과 헛물을 켜는 일과 등불을 켜는 일이요. 그건 시를 쓰는 삶과도 닮아 있을까요?
/ 발문: 미친 말들의 슬픈 속도 | 박연준(시인) (p.104)


 “어둠의 입장에서는 빛이 밤의 구멍”이라는 놀라운 통찰을 방에 들어온 반딧불이 바라보듯 봅니다. 눈이 환해지는 사유지요. 나방이 “기꺼이 저 먼 시간을 날아가 밤의 상처에 날개를 덮는”(「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존재라고 쓴 당신을 생각합니다. 세상을 돌보듯 말을 돌보는 당신의 다정함을 생각합니다.
/ 발문: 미친 말들의 슬픈 속도 | 박연준(시인) (p.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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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사랑은 육상처럼 앞지르는 운동이 아닌데

 「청진」

 「수육」

 「환」

 「아름과 다름을 쓰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시와 입술」

 「연육」

 「페이스트리」


2부 | 귤을 밟고 사랑이 칸칸이 불 밝히도록

 「어제도 쌀떡이 걸려 있었다」

 「일흔」

 「둘」

 「소보로」

 「엄마가 잘 때 할머니가 비쳐서 좋다」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


3부 | 자다가 일어나 우는 내 안의 송아지를 사랑해

 「비인기 종목에 진심인 편」

 「몸무게」

 「그런 나라에서는 오렌지가 잘 익을 것이다」

 「노랑」

 「등」

 「사이 새」

 「우리는 기온이 낮을수록 용감해진다」

 「얼얼」

 「자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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