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진짜 단유 할 거야" 나는 굳은 표정으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돌아온 이야기는 "여보, 결심만 벌써 135번 정도 한 것 같아."
아이가 8개월이 되기까지 단유결심을 수없이 했다. 평소에도 저질체력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았기에 출산 후에 조금 더 저질체력이 된 나에게 모유수유라는 것은 체력적으로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단유를 결심하면 꼭 엄마의 마음을 약하게 하는 일들이 찾아왔다. 분유를 먹이고 난생처음 보는 아이의 분수토에 놀라기도 했고, 아이가 열이 나고 컨디션이 좋지 않자 분유를 거부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난데없이 분유 속에 들어간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단유가 쉽지가 않았다. 목표했던 100일의 모유수유기간이 훌쩍 넘었지만 나는 아이가 8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사실 모유수유를 하면 엄마의 우울증 예방과 아이와의 애착형성과 아이의 면역력의 향상 등등 장점이 수없이 나열된다. 하지만 엄마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건 사실이다. 아이와 엄마와 긴 시간 떨어질 수 없으니 엄마는 육아로부터 해방될 수 없고 밤사이에도 모유가 가슴에 차오르기 때문에 밤새 편히 잘 수가 없다. 그리고 모유를 통해 엄마가 먹은 음식이 전달되기도 하기 때문에 엄마가 먹는 음식에 신경을 써야 하기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주변에서 아이와 밀착되는 이 감정교류가 좋아 모유수유하는 일이 참 행복하다는 엄마들도 있다. 어느 정도 공감이 되지만 나는 마음 한편엔 수유시간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아이를 부모님이나 남편에게 잠시 맡겨놓고 밖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아이의 식사시간이 되면 늘 소환당해야만 한다. 그래서 아이만 분유에 거부감이 없이 소화만 잘 시켜준다면 이제는 정말 모유수유를 그만해야지라는 결심만 무수히 많이 했다.
유독 무더운 8월이라 그런지 기력이 쭉쭉 빠지고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체력이 허락되지 않아 산후보약을 한재 지었다. 수유가 가능하다는 산후보약이었지만 보약을 먹고 수유를 하니 아이가 열이 올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먹던 한약을 중지하고 다시 수유를 해나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내 체력도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시기도 좋게 우유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에게 맞는 특수분유도 찾아 시도해 보니 잘 맞는 듯하다. 이렇게 다시금 단유를 결심하니 그동안 수유하며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2~3시간마다 새벽수유를 하며 잠을 설치며 체력의 한계를 느꼈던 순간들과 아이를 품에 안고 모유를 먹이는 그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소중했던 순간들이 교차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사춘기를 겪고 또 성인이 되어가며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때가 온다면 일일이 내손으로 보살피며 모유수유했던 이 쪼꼬미 시절들이 다시금 떠오르겠지?
135번도 넘게 단유를 입에 달고 살았던 엄마이지만, 다시금 굳게 단유를 결심한 지금. 젖병을 물고 있는 아이를 보니 아이의 첫 번째 작은 독립처럼 느껴져 새삼 마음이 서운하다. 하지만 젖병을 꼭 쥔 두툼한 손을 보니 그동안 엄마와 합을 맞춰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준 우리 집 복덩이가 대견하다. 이제는 수유복대신 앞단추가 없는 롱 원피스를 입고 외출을 할 수 있겠다는 설레는 마음이 함께 찾아오기에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나의 이번 135번째 단유 결심은 성공적인 결심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