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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Jul 12. 2023

엄마의 자유시간

시간제 보육

아이가 7개월이 되던 때, 처음으로 시간제 보육을 맡기기로 결심했다. 6개월이 지나면 국가에서 지원되는 시간제보육실 신청이 가능하다. 국가지원으로 개인부담은 1시간에 단돈 1천 원이지만 혹여나 복덩이가 적응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이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의 직장이 바빠지며 나 홀로 독박육아가 며칠째 되었던 번아웃의 시점에서 나는 시간제 보육실의 문을 두드렸다. 나의 걱정은 무색하게 보육실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뒤로한 채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이것저것 만지는 복덩이를 바라보았다. '나만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되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을 뒤로한 채 복덩이를 맡기고 보육실에서 나왔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는 단 두 시간. 시간제 보육실에서 나와서 복덩이가 없이 나 홀로 길을 걸었다. 내 앞에 밀어야 하는 유모차가 없이, 어깨에 묵직한 아기띠 없이 두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걷는 기분이 어색하지만 훌렁훌렁 가볍다. 비록 언제 보육실에서 전화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보육실 근처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켰지만 커피와 디저트가 함께하는 이 자유가 참 가슴 벅차다.


짧지만 온전히 행복했던 2시간의 자유가 끝이 나고 복덩이를 데리러 다시 보육실에 갔다. 엄마를 본척만척 여전히 잘 놀고 있는 복덩이가 이번엔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복덩아, 엄마 안 보고싶어쩌?"라고 겨우 말을 붙이니 힐끗 한번 쳐다보고 계속 장난감을 만지작거린다.

"복덩이 너무 잘 놀고 잘 웃어요.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라는 보육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그동안 타인에게 육아를 맡기는 거라곤 복덩이가 익숙한 환경인 집에서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몇 시간씩 함께했던 것이 전부였었다. 시간제 보육실을 이용한 당일의 저녁, 나의 체력이 남는다. 그리곤 기쁘게 저녁을 차릴힘이 생겼다.

"오빠, 오늘저녁 집밥으로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하고 내가 웃으니 집안에 활력이 생긴다.  


그동안은 내가 관여하지 않고서는 육아가 안 돌아가는 줄 알았다. 엄마가 몇 시간 부재해도 육아는 돌아가며 아이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짧은 시간이나마 시간제 보육실을 이용해 보며 나도 나의 자아를 찾고 조금 더 건강한 정신으로 육아를 해보겠다는 결심이 든다. 건강한 엄마가 있어야 건강한 육아가 가능하니 말이다. 

시간제 보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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