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며 느끼는 건 육아는 해보지 않으면 그 마음을 쉽사리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를 간호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었지만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또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고충도 아이를 낳고 키워본 후에야 나는 찐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아이를 낳은 후에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나보다 앞서 아이를 키우던 친구에게는 존경심을,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친구에게는 동질감을, 나보다 늦게 출산한 친구에게는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우러나온다.
사실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친구들은 있었지만 나로서는 계속 살던 친정집 근처 동네가 아닌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와서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육아를 함께 나눌 동지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낳고 한동안은 오래 산 동네인 친정에 가면 마음이 놓이고 다시 신혼집에 돌아오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초보엄마인 나에게 친정과 떨어져 새로운 동네에서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일이란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물론이지만 정신적으로도한계를 테스트당하는 기분이었다. 낮잠 밤잠 구분 없이 울며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는 아이덕에 나의 몸과 마음은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날들이 많아지자 몸과 마음이 축 가라앉는 것 같아 이제는 활력은 찾아 밖에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해졌다. 그렇게방문한 산후필라테스에서 나는 마음이 통하는 '육아동지'를 만났다.
운동 후에 우리는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산후조리, 모유수유, 이유식, 시댁과 친정, 돌잔치 등등의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수많은 대화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운동하는 날이 아닌 다른 날에도 약속을 잡아 함께 서로의 집에서 육아를 하고 육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톡방에서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사실 서로의 집이나 밖에서 육아를 할 때는 대화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 함께 먹는 음식의 흐름도 끊기게 된다. 공동육아를 하기로 한날, 아이 다섯 엄마 다섯이 집에 모여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공동육아의 장에서 엄마들은 따뜻한 음식을 제시간에 먹기가 힘들다. 우리는 서로 "나 다 먹었어, 이제 너 먹어! 내가 아기들 볼게."를 로테이션으로 외치다가끝내 다 먹지 못한 채양이 불어나샘솟는 파스타를 마주하고 웃음이 터졌다.제시간에 먹지 못해 점점 양이 불어나 샘솟는 파스타를 보며 우리는 엄마의 시간을 살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제는 서로의 얼굴만 보아도 전날 아이가 잘 잤는지 혹은 아기가 새벽녘에 깨서 엄마를 힘들게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육아라는 것은 전에 없이 내가 가장 사랑하게 된 아이와 교류하는 장이기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지만 또 어쩌면 가장 힘든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런 시간 속에서 서로의 컨디션을 걱정하며 정성스레 만든 이유식과 육아용품을 나누고 함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육아동지가 있어 참 감사하다. 엄마라는 처음 걷는 길에 함께 이끌어주며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이 시간은 마냥 외롭지만은 않은 길이다.
벼리언니가 차려준 밥상
지은언니가 선사한 단호박으로 만든 이유식
은미언니가 물려준 아가옷
힘든 시기에 함께 하는 나의 육아동지. 너무나 감사해요.❤️
그리고 이 시간에도 집에서 혹은 밖에서 고군분투하며 육아하고 있는 분들께 존경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