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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Nov 09. 2023

돌잔치전, 돌치레를 지나며

12달, 크느라 고생했어

아이가 태어나 이렇게 아팠던 때가 있나 싶다. 3일째 40도가 넘는 고열이 나고 몸이 축축 처져서 계속 잠만 자려고 하는 아이를 보며 문득

'모유수유를 괜히 끊었나, 조금만 더 해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니 남편이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그러게, 아이 안 아프게 고등학교 갈 때까진 모유수유 할걸 그랬네."

이 말을 들으니 정신이 차려진다. 언젠가는 끊어야 했고 언젠가는 또 이렇게 아팠겠지 하는 생각에 맘을 내려놔본다.


돌잔치가 벌써 다음 주로 훅 다가왔다. 소규모 직계가족만 모시고 하는 돌잔치이지만 이런 잔치하기 전에 미리 아픈 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가 잠든 낮시간, 아이의 돌잔치 영상을 만들며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사진을 핸드폰 사진첩으로 쭉 훑어보았다. '진짜 너무 예쁘다.' '진짜 너무 힘들었어.'를 반복해서 이야기하며 사진을 찬찬히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발 뺄 틈도 없이 힘든 일과 또 행복한 일이 공존하는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쉴 수도 잘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이 내가 아파도, 힘들어도 온전히 감당해 내야 하는 책임감속에서 나의 신체와 감정의 한계를 경험했다. 그러다 너무 힘들다 싶은 찰나에 내 품에서 잠이든 아기의 평온한 얼굴과 내 가슴에 눌려 옆으로 밀려난 포동포동한 볼살을 볼 때에 세상에 이런 천사가 다 있나 싶은 마음에 행복함이 몰려온다. 육아를 하며 이런 양가의 감정을 참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부모가 되길 참 잘했다. 아마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세상에 이런 감정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했을 테니까.


12달 동안 크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내 사랑.

건강한 거 많이 먹고 쑥쑥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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