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 이렇게 아팠던 때가 있나 싶다. 3일째 40도가 넘는 고열이 나고 몸이 축축 처져서 계속 잠만 자려고 하는 아이를 보며 문득
'모유수유를 괜히 끊었나, 조금만 더 해볼걸'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니 남편이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그러게, 아이 안 아프게 고등학교 갈 때까진 모유수유 할걸 그랬네."
이 말을 들으니 정신이 차려진다. 언젠가는 끊어야 했고 언젠가는 또 이렇게 아팠겠지 하는 생각에 맘을 내려놔본다.
돌잔치가 벌써 다음 주로 훅 다가왔다. 소규모 직계가족만 모시고 하는 돌잔치이지만 이런 잔치하기 전에 미리 아픈 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가 잠든 낮시간, 아이의 돌잔치 영상을 만들며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사진을 핸드폰 사진첩으로 쭉 훑어보았다. '진짜 너무 예쁘다.' '진짜 너무 힘들었어.'를 반복해서 이야기하며 사진을 찬찬히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발 뺄 틈도 없이 힘든 일과 또 행복한 일이 공존하는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쉴 수도 잘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이 내가 아파도, 힘들어도 온전히 감당해 내야 하는 책임감속에서 나의 신체와 감정의 한계를 경험했다. 그러다 너무 힘들다 싶은 찰나에 내 품에서 잠이든 아기의 평온한 얼굴과 내 가슴에 눌려 옆으로 밀려난 포동포동한 볼살을 볼 때에 세상에 이런 천사가 다 있나 싶은 마음에 행복함이 몰려온다. 육아를 하며 이런 양가의 감정을 참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부모가 되길 참 잘했다. 아마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세상에 이런 감정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