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결국 피할 수 없다

도파미네이션 - 애나 렘키

by 사리

너무 오랜만이었다. 두 달을 참고 버틴 만큼 찾아가는 발걸음은 거의 뜀박질 수준이었다. 처음 시작이 9월이었으니 내 40여 인생의 겨우 6개월인데 중독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모여있던 반가운 여섯 분의 얼굴이 보인다. 간판이 눈에 뜀과 동시에 뜀박질을 해서 가쁜 숨 때문인지 반가움 때문인지 심장이 요동치고 얼굴이 상기된다.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모성애.

모두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
그리고 성장
애정 어린 사람들의 독서모임

같은 동네라고 하기엔 각자 거주하는 행정동이 다르지만 구에서 운영하는 지자체학습모임을 통해 만난 인연으로 만들어진 선배맘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이다. 그리고 3월 모임에서 드디어 우리 모임의 이름이 정해졌다. 거주하는 구를 상징하는 소나무, 개나리, 비둘기부터 선인장도 나오고 장미는 오글거려 싫다는 왕언니를 필두로 일곱 여자가 웃음꽃을 피우며 고민을 했다. 모임 후 단체 카톡방에 날아온 모성애와 그 의미는 역시 모임장의 위엄을 보여주는 멋진 이름이었다. 매번 감사합니다!


모임 후 먹는 나만을 위한 맛난 식사




모성애 모임은 각자 집에서 책을 읽은 후 오프라인으로 소감을 나눔 하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모임이다. 그래서 책 주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6개월의 짧은 만남이지만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기 힘든 솔직한 모습을 마주하곤 한다. 비슷한 생활권이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있기에 가능한 솔직함일 수도 있고,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의 진솔함이 서로 닿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여러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먼저 보여주신 솔직함에 물들어 함께 솔직해진 건 아닐까 싶다. 이번 3월에 함께 읽은 도파미네이션에서도 솔직함은 전염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DUI(driving under the influence, 즉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의사 드레이크의 이야기다. 의대 1학년 첫 학기에 친구와 술에 취해 3~5킬로 거리를 운전해서 집에 가다가 단속에 걸렸고 법정한도 0.08퍼센트를 살짝 넘은 0.10퍼센트였다. 비슷한 일을 겪은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어찌 됐든 간에 DUI 기록이 남으면 안 돼. 의사로서는 더 그렇고, 지금 바로 변호사를 구해. 그 사람들이 그걸 '취중 부주의'로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완전히 없애 줄 거야. 내가 그렇게 했어.'라는 답변을 듣고 실행에 옮겼다. 공판 당일, 음주 운전 사고를 당해 죽은 사촌을 떠올리고 공판장에서 자신과 달리 특권이 없어 보이는 또래 남자애들 여럿을 봤다. 다섯 살 때 아버지에게 들은 거짓말은 결과의 가치가 전혀 없다는 말을 떠올렸다.

드레이크는 재판장 앞에서 무수히 연습했던 '결백입니다' 대신 '유죄입니다'를 말했다.

"유죄입니다." 드레이크가 말했다.
판사는 그날 아침 처음 잠에서 깬 것처럼 의자를 당겨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가늘게 뜬 눈으로 드레이크를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최종 답이 확실합니까? 그 결과는 알고 있나요? 돌이킬 순 없습니다."
"그때 판사가 고개를 돌리면서 나를 바라본 모습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판사가 그걸 물어본다는 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실수하고 있는 건지 아주 잠깐 의아했고요. 그리고는 판사한테 확실하다고 말했어요."

드레이크의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솔직함을 존중합니다. 보통 이런 일은 없는데, 5천 달러 돌려줄게요."

"제 인생에서 그 한 번의 결정적인 순간에, 그러니까 DUI로 걸렸을 때 사실대로 말한 게 저를 다른 길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솔직하게 지낸 게 저 자신을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고요."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핵심가치로 솔직함을 이야기하며 미래에 중독이 커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중독에 대한 정의와 위험성을 실제 환자들의 사례, 그리고 본인의 사례로 짚어주고 다가올 미래는 더 많은 중독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서두에 디지털 세상이 중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면 스마트폰은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라고 말한다. 요즘 학생들 관심사의 대부분인 게임, 릴스, 카톡, SNS 들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우리 모성애 모임에서도 단연코 큰 걱정거리다. 게다가 점점 약물의 과용과 오용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 우리의 아이들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고 그것이 유해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공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부모에게는 공포지만 아이들에게는 모르고 당하는 퍽치기가 아닐까.

정말 이 책의 부제처럼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는 가능한 것인가?


저자는 마지막 장에 몰입을 강조한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거기에 다가가길 권한다. 이렇게 하면 세상은 굳이 도망갈 필요 없는 아주 머지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로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세상은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어렵다. 건강한 몰입에 다가서기 위해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거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며칠 후 잠자리 대화...
나 "나 자기한테 중독된 거 같아. 사람이 사람한테도 중독될 수 있을까?"
신랑 "인간중독이라는 영화가 있긴 해."
그거 청불이고 야한거 같던데 누구랑 본 거니.......?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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