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의 밤양갱을 들으면서... (작고 흔한 것의 가치)
요즘 귓가를 달달하게 간지럽히는 노래가 있다. 가사 또한 달고 달디 달다는 것을 속삭이는 비비의 '밤양갱'이다. 노래 멜로디가 귀엽고 감미로운 것에 비해 뮤직비디오도 가사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쓰디쓴 커플의 이별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순간 궁금해졌다.
그녀가 바란 것 하나, 달디단 밤양갱은 무엇일까?
이 노래는 확실히 여자의 마음을 아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가사를 담고 있는 듯하다. 노래를 듣는 순간 위트 있는 표현에 미소가 지어지고, 공감되는 마음에 아리기도 했다. 넌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말한다.
아니야, 내가 바란 건 하나야. 달디단 밤양갱뿐이야.
가사는 또 말한다.
상다리가 부러지고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 버려도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너.
이쯤에서는 대략 느낌이 올 것이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남자는 여자에게 물질적인 것을 많이 선물했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감정적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노래는 물질적 공세와 그럼에도 감정적 공허함을 말하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밤양갱'만큼 사소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너무 흔하고 소소한 디저트일 것이다. 비싼 케이크도, 호텔의 빙수도, 해외에 가야지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도 아니다. 그냥 길 가다 편하게 살 수 있는 너무 흔한 양갱이다.
어느날 남자 대표님이 안 좋은 표정으로 계셔서 안부를 물어보니 요즘 부인과 자주 싸운다고 하셨다. 이제 막 창업을 하셔서 열심히 일하는 분이신데 너무 바쁘다 못해 집에 자주 가지 못하고 부인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고 있다 하셨다. 본인도 알지만 얼른 돈을 벌어 좋은 것들을 주고 싶은데 부인이 이해하지 못한다며 서운해하셨다. 그래서 살짝 물어보았다. 사무실에서 집이 많이 머냐고 물어보니 차로 30분 내 거리였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것은 '점심시간에 부인분을 초대해서 여기 카페테리아에서 식사하시는 것은 어떤가요?' 그랬더니 대단한 것도 없는 이곳에 왜 오냐고 반문하셨다. '너무 사소하지만 같이 밥 먹고 싶다고, 바쁘니깐 여기서라도 같이 점심 먹고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하면 부인분은 너무 좋아하실걸요!'
가끔 사람들은 오해할 때가 있다. 대단한 곳에서, 대단한 것을, 대단한 요리를 즐겨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은 그 어려운 와중에 나를 생각해 주었다는 것, 그 힘든 와중에라도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겠다는 마음에 감동을 받는다. 어디서 이런 구절을 보았다. 꽃을 받고 좋은 것이 아니라 꽃을 고르는 동안 나를 생각했을 그 시간에 감동받는다고.
이러한 우리의 오해는 비단 커플 사이에서 뿐만이 아닐 것이다. 부모와 자식, 친구와 친구 사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풍요로운 선물을 해주는 것도 큰 노력이 든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소소하게 건네는 인사와 관심, 따듯함에 비할 수 있을까. 사람은 체온만큼이나 본능적으로 따듯함을 알아채는 동물이다. 닿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차가운지 따뜻한지를 알아챈다.
사랑하는 상대에게 너무 큰 것을 주겠다는 마음의 부담을 좀 덜고 '네가 생각나서 사 왔어.'라며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을 미소와 함께 건네주는 것을 어떠할까. 작은 시간 하나하나를 소중히 보내는 것만큼 달디달고 달디단 것이 없을 것이다.
[노래감상]
비비 - 밤양갱 | [TEXTED] BIBI | 가사(Lyrics)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