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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머리 앤‘의 앤과 다이애나처럼

짧은 머리 ‘현’에게 다이애나 같은 존재는?

by JJia


내가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을 보다가 ‘나에게는 저런 다이애나 같은 친구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서로 집에도 놀러 가고 학교 끝나고 항상 같이 붙어 다니던 그런 친구가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사를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도 내 옆에는 다이애나 같은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고 서로의 상황이나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나에게 다이애나 같은 친구들은 한두 명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도 겪으면서 한때는 내 속마음도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또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한 동생이 생겼을 때도 있었지만, 다 그때뿐이었다. 그들은 한두 명씩 점점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나에게 ‘다이애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남지 않게 되었다.


거기다 내가 갑자기 병 진단을 받게 되면서 그 모든 ‘다이애나’들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 뒤는 연락을 할 만한 ‘다이애나’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 친구는 우리를 ‘앤과 다이애나’라는 관계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 말이다. 벌써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으니 이제 와서 ‘다이애나’를 찾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누군가와 ‘앤과 다이애나’ 같은 견고한 관계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심지어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면 병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지인들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다이애나’ 같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때는 이미 다 지나간 것 같다.


병 진단을 받고 나니 나의 인간관계는 너무나 단출해졌다. 더 젊었을 때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도 만들어 두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어. 지금의 나의 현실은 이렇게 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여행이라도 많이 다닐걸 그랬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내가 하는 후회들은 아무리 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하지만, 이렇게 미혼으로 ‘다이애나’ 같은 가까운 친구도 없이, 내 남아있는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나에게 꼭 ‘앤과 다이애나’ 같은 사이는 아니더라도 내 마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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