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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어쩌면,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각자의 별의 주인일지도 몰라

by JJia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엇인가 삶의 본질이나 이유, 목적에 관한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흘러 흘러 ‘지금 이 순간을 같이 살고 있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한 번이라도 마주치는 사람들, 지금 흐르고 있는 시간을 같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어쩌면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각자의 별들의 주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우리는, 밤이 되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밤하늘의 별에서 이 세상에 잠시 내려온, 각자의 별들의 주인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이 세상에서 자신이 할 일을 다 하면, 다시 각자의 별에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이 또 흘러 흘러 ‘그럼,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이길래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암을 진단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암 선고가 나에게 내려진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내가 암 진단을 받음으로써 하늘이 나에게 주려고 하는 내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 이 생에서 내게 어떤 의미를 주려고 하는 것인지, 나는 그 이유를 알아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하늘이 내가 무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해 암 진단을 받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이 아직도 들 정도로, 나는 암 선고를 받은 지 5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나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나는 암에 걸렸다는 것이 엄청난 충격이었고 제일 절망적이었던 것은, 처음 암 선고를 받을 때부터, 이미 암세포는 내 몸 전체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주치의로부터 들었던 순간이었다.


그동안 치료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마치 갑자기 휘몰아치는 폭풍우가 한 번 지나가고 잠시 잠잠해진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폭풍우가 또 언제 휘몰아쳐올지 모르는 상태, 지금 그런 상태인 듯한 느낌이 든다. 병원은 정기적으로 가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그동안 병원을 다닌 시간이 벌써 몇 년이 쌓여가고 있지만, 병원이라는 곳은 갈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 다른 환자들과 항암 주사를 맞으면서 누워 있을 때마다, 나는 이 순간이, 그냥 현실이 아니고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이 세상에서 끝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요즘 나를 케어해 주느라 점점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벌써 연세가 많이 든, 우리 엄마를 보면서,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빨리 찾아내고, 그 일을 끝내고 다시 나의 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밤도 나는 잠자기 전 내 방 창가에서 보이는 밤하늘을 보며 기도할 것이다. 부디 내가 이 생에서 나의 인생을 사는 동안, 현명하게 나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그래서 나중에 나의 별로 다시 돌아갈 때, 내가 머물렀던 이 세상에, 내가 머물고 간 그 자리에, 허무함이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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