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굴러가는 나의 인생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암 진단을 받고 난 뒤 그 말이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처음인 것 같다. 내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내 머릿속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된 느낌이다.
정말 어느 날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환자가 되어버린 나의 현실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돼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이 바닥나는 몸을 이끌고 일부러 방 청소를 하거나 잠시라도 밖에 나갔다가 온다. 그렇게 하지 않고 몸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계속 병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온통 채우기 때문이다.
유일한 외출이 병원에 갔다 오는 게 되어버린 요즘의 일상은, 정말 나의 평범했던 일상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요즘 일상의 느낌은 내 몸 만한 크기의 돌을 굴리면서 힘들게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느낌이다. 너무 힘들어서 내 몸과 마음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일상은 굴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돌을 갖다 놓아야 할 목적지까지 힘겹게 겨우겨우 돌을 굴리면서 나아가는 느낌 같다.
이런 느낌과 같은 맥락으로 암 진단을 받고 난 뒤 자주 하게 되는 생각이지만, 내가 어떻게 되든 말든 세상은 매일 어김없이 돌아간다. 매번 하루의 해가 그 시간에 떠오르고 그 시간에 진다. 어느 때는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절망하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억울함이 들 때도 있다. 세상도 내 절망과 슬픔을 다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런다면, 내가 지금 심적으로 느끼는 괴로움과 슬픔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