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다. 편안한 것인지, 즐거운 것인지, 기쁜 것인지, 웃긴 것인지. 이쯤에서 한 번은 꼭 들여다보는 사전적 정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의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어쩌면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모습이다. 나른한 오후 커피 한 잔, 하늘 높은 초가을 활짝 열어놓은 창, 솔솔 들어오는 바람과 그 바람을 느끼며 읽는 소설 한 권.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가한 토요일 오후 아재 개그 하는 남편과 그런 아빠를 놀리는 아이의 모습. 둘이 서로 깔깔대며 웃는 모습.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톨스토이의 소설 문장을 좀 비틀자면, ‘행복의 모습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다를 것이다.
그러니 나 지금, 감히 행복하다고 말해도 될까. 여기 이 자리, 창밖에 서 있는 나무, 초록 잎들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