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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lja Jul 14. 2021

중년의 글쓰기

글 좀 잘 써보고 싶은 중년 주부의 눈물 콧물 분투기 11

뭐라도 써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다가 굳이, 왜?라고 반문한다. 누가 시키지 않은 일, 목적도 이유도 없는 일. 글을 쓰는 건 무의미한 행위의 무한 반복. 약속도 미래도 없는 혼자만의 뻘짓이다, 라고 내가 야단치고 내가 야단맞는다. 더군다나 이 나이에? 

  

한편으로는 장마 끝 무렵 후덥지근하고 끈적거리는 이런 날, 밖 온도만큼이나 뜨끈해진 목 뒷덜미를 두들겨가며 노트북 자판을 두들긴다.    

 

중년의 이야기를 찾고 중년의 삶을 쓰고 싶었다. 중년이 되어서도 쓸 수밖에 없는, 마음속에 퇴적층처럼 꾸덕꾸덕 쌓인 시간을 꺼내고 싶었다. 그 시간을 흘러버려야 했다.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교사생활을 은퇴한 지인이 있다. 나이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분명 환갑은 넘었을 터. 한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한 여행작가 글쓰기 강좌를 수강하더니 블로그를 시작했다. 어느 날은 가족과 함께 다른 날은 친구들과 함께 여기저기를 다니고 여행하며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직접 찍은 멋들어진 풍광 사진까지 곁들여서. 자기 의심이나 회의 없이 글 쓰는 행위를 즐기는 그 지인이 부럽다.     


중년의 글쓰기는 무엇이어야 할까. 어떤 기대와 바람으로 글을 써야 할까.     


온종일 글을 읽고 글을 쓰고 글을 바꾼다. 무엇인가 하고 있는데 무엇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중년의 글쓰기란 그렇다. 즐길 수만도 뭔가를 이루어낼 수도 없는 나이.     


크게 바라지 않고 보이는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으며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마음을 몰입하며 즐기고 싶다. 중년의 의미가 그다지 크지 않지. 그런데 자꾸만 그 단어에 발목이 잡혀 아쉽게 흘러간 뒤를 돌아본다. 보이지 않는 앞을 바라본다.     


글로 남을 위로할 만한 진중한 철학이 있지도 않고, 함께 울고 웃을 만한 속 깊은 성찰이 있지도 않고. 글을 쓴다고 내 앞에 놓인 관계와 시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써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갈등을 무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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