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사들 (by 루이자 메이 올콧)
데미는 네트의 어린 친구였다. 토미는 후원자였고, 데이지는 네트의 슬픔에 위안이 되었다. 네트의 소심한 영혼은 자신보다는 어리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사회에서 기쁨을 찾았다. 오히려 나이든 아이들의 거친 운동을 피했다. 로렌스는 네트를 잊지 않고 친절한 쪽지와 함께 옷, 책, 악보를 보냈다. 간혹 네트가 잘해나가고 있는지 살피러 오거나 네트를 시내 음악회에 데리고 갔다. 가끔 네트는 로렌스의 크고 멋진 집에 가서 아름다운 부인과 작은 요정 같은 딸을 만나고 맛있는 저녁을 함께했다. 그럴 때마다 네트는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느꼈다. 네트는 너무 편안하여 그 후 몇 날 며칠 동안은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꿈꿨다.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세상에는 밝고 즐거운 일이 너무 가득한데 안타까운 얼굴과 텅 빈 손과 외로운 작은 가슴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 사실을 느낀 바에르 부부는 부자가 아니었기에 자선 외에 자신들이 찾을 수 있는 빵 부스러기를 모두 모아 배고픈 참새떼를 먹였다. 아이를 키우는 조의 친구들은 아이들이 싫증 내는 장난감을 그녀에게 보냈다. 네트가 장난감 수선하는 일을 맡았다.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무척 깔끔하고 솜씨가 좋아 그 일에 아주 딱 맞았다. 데이지는 헌 인형을 재봉하고 네트는 풀 통과 페인트 상자와 칼로 가구, 동물, 게임 등을 고치며 비 오는 오후를 숱하게 보냈다. 장난감들을 고치는 대로 이웃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트리 쪽에 있는 서랍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플럼필드 소년들은 그런 식으로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축복했던 예수의 탄생을 기념했다.
데미는 최고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설명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았다. 그들은 늙은 버드나무에서 오랜 시간 동안 <로빈슨 크루소>, <아라비안나이트>, <에지워스 이야기>나 그 밖에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아이들을 즐겁게 할 불후의 명작들을 읽으며 왁자지껄 기쁘게 보냈다. 그러면서 네트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다음 이야기 내용을 몹시 알고 싶어 책을 열심히 읽다 보니 다른 아이들 못지않게 책을 잘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데미처럼 책벌레가 될 위험은 컸지만, 네트는 자신의 새로운 성취로 마음이 뿌듯했다.
네트를 도와주는 일이 또 한 가지 생겼다. 그 일은 예상 밖이었지만 썩 괜찮았다. 아이들 대부분 가난했기에 소년들 몇은 그들이 부르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아이들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바에르 부부는 자립하고자 하는 소년들의 노력을 응원했다. 토미는 달걀을 팔았다. 잭은 가축을 길렀다. 프란츠는 교수를 도와 돈을 벌었다. 네드는 목공을 좋아해 목공 선반을 마련해 주었더니 예쁘고 쓸만한 물건들을 많이 만들어 팔았다. 데미는 물레방아와 회전목마, 복잡하고 쓸모없는 정체불명의 기계들을 만들어 소년들에게 팔아넘겼다.
“데미가 원한다면 정비사가 되라고 해야겠어. 소년은 사업을 해야 자립을 할 수 있어. 일은 우리를 유익하게 하지. 아이들에게 시를 쓰는 재능이 있든 쟁기를 가는 재능이 있든 가능한 잘 뒷받침을 해주어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해.”
바에르 교수가 말했다.
그래서, 어느 날 네트가 흥분한 표정으로 그에게 달려와서 부탁했을 때 바에르 교수는 기꺼이 허락했다.
“저희 숲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바이올린을 연주해도 돼요? 그 사람들이 저에게 돈을 낼 거예요.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제 돈을 벌고 싶어요. 제가 아는 방법은 바이올린 연주뿐이잖아요.”
“가서 그들을 환영해라. 너에게 쉽고 즐거운 일이지. 네가 그 일을 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구나.”
네트는 그 일을 썩 잘해 내었고 집으로 돌아와 주머니에 있던 2달러를 더 없이 만족해하며 내보였다. 그는 그날 오후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했는지, 그들이 자신의 춤곡을 얼마나 칭찬했는지를 떠들어댔다. 그들은 또 다음에도 네트를 부르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길거리 연주보다 훨씬 좋아요. 그때는 한 푼도 못 받았지만, 지금은 전부 다 제거예요. 거기다가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토미나 잭처럼 이제 저도 사업을 해요. 그리고 저는 사업이 정말 좋아요.”
네트는 오래된 작은 돈지갑을 두드리며 이미 백만장자라도 된 듯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정말로 사업을 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나들이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네트의 연주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네트는 수업에 빠지지 않고 존경받을 만한 젊은 소풍객들이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가서 연주했다. 바에르 교수가 네트에게 분명하고 좋은 교육은 모두에게 필요하고 아무리 많은 돈을 번다고 해도 나쁜 장소에서 일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네트는 이 말에 상당히 동의했다. 네트는 자신을 태우기 위해 문 앞에 멈춘 화려한 마차를 타고 갔다. 마음 착한 사내아이가 바이올린 연주로 피곤하지만, 행복한 채 집에 돌아와 제힘으로 벌어 주머니 한쪽에 넣어 놓은 돈을 자랑하는 일은 기분 좋은 광경이었다. 데이지와 꼬마 테드에게 주려고 연회에서 가지고 온 ‘맛있는 간식거리’도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제 바이올린을 살 때까지 돈을 모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독립할 수 있어요, 그렇죠?”
네트는 자신의 돈을 바에르 교수에게 맡기면서 이렇게 바라곤 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네트. 하지만 우선 우리는 너를 건강하고 원기 왕성하게 해야 해. 그리고 너의 음악 머리에 지식을 좀 더 넣어줘야 한단다. 그럼 로렌스 씨가 너에게 어딘가 장소를 알아봐 주실 게다. 몇 년 후에는 우리 모두 대중 앞에서 연주하는 네 음악을 들으러 갈 거야.”
마음에 드는 일과 격려와 희망으로 네트는 하루하루가 편안해지고 행복해졌다. 네트의 음악 실력도 날로 발전했다. 바에르 교수는 마음이 움직여야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네트가 다른 일에 느린 점을 용서해 주었다. 중요한 수업을 소홀히 해서 네트가 받는 유일한 벌은 하루 동안 바이올린과 활을 못 잡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절친한 친구를 완전히 잃을까 두려워서 열성적으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네트는 ‘나는 못 해요’라고 말했던 게 무색하도록 수업들을 완전히 익혔다.
데이지는 음악을 무척 사랑했고 곡 연주자를 엄청나게 숭배했기에 종종 네트의 연습 시간 동안 연습실 문밖 계단에 앉아 있었다. 네트는 기뻐서 자신의 음악을 조용하게 듣는 어린 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주했다. 데이지는 절대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알록달록한 조각보를 깁거나 인형 하나를 보살피거나 하면서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꿈꾸듯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는데 그 얼굴을 본 조 이모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의 베스와 똑같아.”
그리고는 감미롭게 음악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를 방해할까 봐 조용히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