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lja Jul 29. 2021

작은 아씨들-그 뒷 이야기 12

작은 신사들 (by 루이자 메이 올콧)

제5장 파이 냄비    


  “데이지, 무슨 일이니?”

  “남자아이들이 노는 데 저를 끼워주지 않아요.”

  “왜?”

  “여자들은 축구를 하면 안 된대요.”

  “할 수 있어. 나도 했거든!” 

조는 이렇게 말하고 어릴 때 신나게 놀던 생각이 나 웃음을 터트렸다. 

  “저도 할 수 있는 거 알아요. 데미하고 저하고 한 적이 있어요. 얼마나 재미있었는데요. 그런데 데미가 이제는 절 끼워주지 않아요. 다른 아이들이 놀린다고 말이에요.” 

데이지는 데미가 자신에게 냉정해진 터라 무척이나 상심한 듯했다.

  “어떻게 보면 틀린 말 같진 않구나, 얘야. 너희 둘이서만 한다면 괜찮아. 하지만 열두 명이나 되는 남자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축구는 좀 거친 경기란다. 혼자 하는 재미있는 놀이를 찾을 수 있을 거야.”

  “혼자 노는 건 지겨워요!” 

데이지가 애처롭게 말했다.

  “이모가 곧 같이 놀아줄게. 지금은 서둘러서 물건도 챙기고 시내에 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해. 엄마를 보러 나와 함께 가도 돼. 그리고 원하면 엄마와 계속 있어도 된단다.”

  “가서 엄마도 보고 동생 조시도 보고 싶어요. 하지만 돌아올래요. 데미도 절 보고 싶어 할 테고 저도 여기 있는 게 좋아요, 이모.”

  “너는 데미 없이는 못 살겠구나, 그렇지?” 

조는 이 작은 소녀가 데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다는 듯 쳐다보았다.

  “당연하죠. 우리는 쌍둥이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서로를 훨씬 많이 사랑해요.” 

데이지의 얼굴이 밝아졌다. 쌍둥이로 태어난 게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으로 여기는 듯했다.

  “자, 내가 준비하는 동안 넌 혼자서 무엇을 할래?” 

조가 아주 빠르게 침대 시트 더미를 옷장에 넣으면서 물었다.

  “모르겠어요. 인형 같은 거 가지고 노는 건 지겨워요. 제가 할 만한 새로운 놀이를 좀 찾아주시면 안 돼요, 조 이모?” 

데이지는 기운 없이 문을 잡고 흔들면서 물었다.

  “너를 위해 뭔가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야겠구나. 그런데 시간이 좀 필요해. 그러니 아래로 내려가서 에이지아가 점심으로 무엇을 만드는지 보렴.” 

조는 당분간 작은 방해꾼을 처리하기에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면서 말했다.

  “에이지아가 귀찮아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데이지는 흑인 요리사 에이지아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서 군림하는 부엌으로 천천히 발을 뗐다.

  5분 만에 데이지는 완전히 생생해진 얼굴로 다시 돌아왔다. 손에는 밀가루 반죽을 들고 앙증맞은 코에는 밀가루가 묻어있었다.

  “이모! 가서 생강 과자 같은 거 만들어도 돼요? 에이지아가 짜증 내지 않아요. 만들어도 된대요. 진짜 재미있을 거예요. 허락해주세요.” 

데이지가 숨도 쉬지 않고 큰 소리로 졸랐다.

  “바로 그거야, 가서 얼마든지 하렴. 네가 좋아하는 걸 만들면서 원하는 만큼 부엌에 있어도 좋아.” 

조는 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허락했다. 남자아이 열두 명보다 작은 여자아이 한 명을 즐겁게 하는 일이 더 힘들 때가 있다. 

  데이지가 달려 나가 생강 과자를 만드는 동안 조 이모는 새로운 놀이가 없을까 하고 머리를 짜냈다. 별안간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했다. 혼자 흐뭇하게 웃더니 옷장의 문을 탁 닫고 씩씩하게 걸어 나가면서 중얼거렸다. 

  “할 수 있다면 그걸 해줘야겠네!”

  그날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조 이모의 눈만은 반짝거렸다. 그녀는 데이지에게 새 놀이를 생각해 놓았다고 말하고 시내에 가서 놀이 준비물을 사려고 했다. 데이지는 몹시 신이나 시내로 가는 내내 질문을 퍼부었으나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 조 이모가 시장을 보러 간 사이 데이지는 집에 남아 동생이랑 놀았고 데이지의 엄마는 그런 두 아이를 기쁘게 바라보았다. 조가 마차 구석구석에 이상한 꾸러미를 잔뜩 싣고 돌아왔다. 데이지는 너무도 궁금하여 바로 플럼필드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모는 서두르지 않았고 엄마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는 자신의 무릎에 아가를 앉히고 마루에 앉아 플럼필드 소년들이 했던 장난과 우스꽝스러운 행동들을 이야기하며 메그 언니를 웃게 했다. 

  이모가 어떻게 비밀을 털어놓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엄마는 새 놀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데이지의 모자 끈을 묶어주고 모자 아래에 있는 장밋빛 작은 얼굴에 입맞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착한 아이가 되어라, 사랑하는 내 딸아. 그리고 이모가 너를 위해 마련한 멋진 새 놀이를 잘 배우도록 해. 가장 필요하면서도 재미있는 놀이야. 이모가 너랑 그 놀이를 함께 한다니 놀라운 일이야. 왜냐하면, 이모는 사실 그 놀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

  이 마지막 말에 조와 메그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자 데이지는 더 어리둥절해졌다. 돌아가는 길에 마차 뒤에서 뭔가가 달가닥거리자 데이지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물었다.

  “무슨 소리예요?”

  “새 장난감이란다.” 

조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무엇으로 만들었어요?” 

데이지가 큰 소리로 물었다.

  “쇠, 양철, 나무, 놋쇠, 설탕, 소금, 석탄 하고 수백 가지 다른 재료로 만들었지.”

  “진짜 이상하네요! 색깔은요?”

  “색이란 색은 모조리 다 들어있어.”

  “큰가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단다.”

  “제가 본 적이 있나요?”

  “아주 많이 봤지. 하지만 내가 산 것만큼 멋진 건 없었을 거야.”

  “아, 뭘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언제 볼 수 있어요?” 

데이지는 조바심이 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내일 아침에 수업이 끝나고 나서 볼 수 있어.”

  “남자아이들도 놀 수 있어요?”

  “아니, 너하고 베스만 가지고 놀 수 있어. 아마 걔들도 보고 싶어 할 거야. 그리고 한 번쯤 놀아보고 싶겠지. 하지만 걔들이 가지고 놀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네 마음에 달렸단다. 네가 좋으면 허락해도 돼.”

  “원한다면 데미만 놀게 해 줄 거예요.”

  “남자아이들 모두, 특히 스터피가 놀고 싶어 하지 않아도 속상해하지는 마라.” 

무릎 위에 놓인 이상하게 울퉁불퉁한 보따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조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거렸다.

  “한 번만 만져볼게요.” 

데이지가 애원했다.

  “안돼. 만져보면 금방 알 거야. 그럼 재미가 없잖니.”

  데이지는 ‘끙’하고 낮게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고 나서 금방 함박웃음을 지었다. 물건을 싼 종이의 작은 틈새로 밝은 색의 뭔가를 힐끗 보았기 때문이다. 

  “전 오래 못 기다리겠어요. 오늘 보면 안 돼요?”

  “어머나, 저런, 안 된단다! 물건들이 꽤 많아요. 모두 제자리에 고정해야 해. 물건들을 제대로 질서 있게 정리하기 전에는 너한테 보여주지 않기로 테디 이모부하고 약속했단 말이야.”

  “작은 이모부가 알고 계신다면 틀림없이 멋질 거야!” 

데이지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친절하고 부유하고 쾌활한 작은 이모부는 아이들한테는 대모 요정 같았다. 항상 즐겁고 놀라운 계획을 세우고 멋진 선물을 주거나 우스꽝스러운 놀이를 마련해주었다. 

  “그래, 작은 이모부가 나와 같이 가서 물건들을 샀어. 우리는 서로 다른 물건들을 고르는 통에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 작은 이모부는 비싸고 큰 물건들만 골랐어. 나의 소소한 계획이 작은 이모부의 손이 닿기만 하면 자꾸만 화려해졌단다. 작은 이모부가 오시면 진심으로 크게 감사드려야 한다. 최고로 친절한 분이야. 같이 가서 이렇게나 멋지고 작은 요……, 어머나 세상에! 하마터면 무엇을 샀는지 말할 뻔했어!” 

조는 가장 흥미로운 단어를 말하려다가 중간에서 잘랐다. 그리고 계속 말을 하면 비밀을 누설할까 두려워서인지 영수증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데이지는 체념하여 두 손을 포개고 가만히 앉아서 ‘요’로 시작하는 놀이를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 아씨들-그 뒷 이야기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