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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밍 Apr 18. 2019

프롤로그

여행,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행복의 여정.


난 여행이 좋다. 


일상에서의 여유, 호기심으로의 탐구, 혼자만의 시간, 생각...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좋아한다. 나 역시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내게 여행의 가장 큰 의미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 보냄'이다. 

어딜 가고, 무엇을 먹고 하는 것보다는, 동반자와 함께 하는 과정 중에 느끼는 감상이나 편안함, 새로움, 관계 개선 등이 내 여행의 목적이자 추구하는 방향이다. 

나의 여행 동반자는 내 가족이다. 유일무이하다. 

사실 난 유난스럽고 까탈스럽다. 

속된 말로 좀 '지랄 맞은(^^) 편'이다. 이런 성격 탓에 사실 남과의 여행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여행은 어쩔 수 없이 나의 일상을 타인과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 중 그들과 불편함을 함께 하는 것도, 내 욕구를 그들에게 맞추는 것도,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만을 조심스러워 표현할 수 없다는 것도 나에겐 너무 큰 스트레스다. 


그래서 난 친구와 여행을 가지 않는다. 아직 자칭 타칭 베프인 여동생과도 단둘이 같이 가 본 적이 없다. 사실 동생 역시도 나 못지않게 까탈스러운지라 굳이 나와 같이 가려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여행이 스트레스가 되면 더 이상 여행이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난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좋다. 즐겁다. 

하루 10시간 운전 따윈 식은 죽 먹기라는 에너자이저 남편과, 멀미라곤 단 1도 느끼지 않는 나의 사랑스러운 삼 남매..

이렇게 다섯 식구가 만들어내는 차 안의 희로애락이 상상 이상으로 신나고 재미나다. 

이들과 함께 오며 가며 아웅다웅 지지고 볶는 시간들이, 나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즐겁다. 


도전


미국에 온 지 5개월 만에 우리 가족은 미국 횡단을 시작했다. 

우린 쉽게 오지 않는 황금 같은 1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부터 대륙 횡단을 계획했다. 

미국에 도착하여 적응을 마친 후부터는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동선을 짰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여행 후기도 읽어봤고, 주변에 미대륙 횡단을 경험한 지인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콘셉트를 잡고 일정을 구체화했다. 


처음부터 여행기를 쓸 생각은 없었다.

써 보라는 남편의 권유가 있긴 했지만, 예민한 성격 탓에 여행 시작부터 ‘어떻게 써야 하나’, '뭘 써야 하나'하는 부담으로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일정을 채워나갈수록 이 소중한 시간을 기록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닷새째 아침, 나는 차 바닥에 굴러다니는 아이들의 노트와 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여행을 계획했던 그 날의 기억들부터 한줄한줄 적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나와 내 가족의 소중했던 35일간의 여정을 하나씩 소환해 보고자 한다. 

하루 평균 10시간, 장장 만 2천 마일을 달려낸 그 시간들을 다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좁은 9인승 밴 안에서 지지고 볶았던 우리 가족의 드라마틱했던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여…


하루 평균 8시간씩의 운전을 힘든 내색 하나 없이 거뜬히 담당해준 사랑하는 남편과, 두 여동생 변덕 맞춰주느라 수고가 많았던 우리 아들… 맏딸 역할 톡톡히 해준 우리 둘째, 마지막으로 네 돌의 어린 나이에도 콧물 한번 흘리지 않고 씩씩하게 일정을 다 소화해준 우리 막내딸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다음 편 맛보기 :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지?

일단 미국 지도를 하나 샀다. 

그런 다음 우리가 살고 있는  North Carolina의 Chapel hill을 찾아 펜으로 아주 찐~하게 마킹을 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고.."

"자... 그리고 어디로 갈까?"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어디로 갈래?"

"자기는?"

"......."


그렇게 시작된 동선에 대한 고민..

위로 훑을까, 아래로 훑을까? 아님 대각선으로? 



누가 동선만 좀 짜 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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