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생각(1)
요즘 겸손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직장생활에서도 비교적 겸손한 편이 더 낫다는 내용도 있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또 어느 정도는 다르게 생각한다. 물론 책에서도 바보 같은 것과 굴복하는 상황은 겸손이 아니라고 하지만.
겸손의 전제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무례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 무례한 사람은 오히려 잘해주면 더 기고만장해진다. 내게는 그 부분이 역린이다. 능력이나 지혜가 있는 사람은 그나마 좀 낫다. 하지만 아첨으로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그마저도 없다.
그런 행동을 하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와 이런 하찮은 금수에게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아직은 전자가 더 끌린다.
첫 번째 직장의 동료였던 형과 운동을 가끔 하는데. 마침 어제 함께 운동 중에 무례한 일처리가 이뤄졌고 부끄럽게도 감정이 튀어나왔다.
’혹시 일을 하면서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나요?‘
(장강명 소설가의 미세 좌절의 시대에도 ’ 죽이고 싶은 상사‘가 나오는 걸 보면 모든 직장에는 그런 사람 한둘정도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고 물어봤더니 아직은 없었고 대신 미친 사람이 있어 같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피했다고 했다.
사실 더러운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나는 내가 피한 똥은 또 누군가에게 가니까 수거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피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유독 남녀 비율에서 여성에 이런 유형의 사람이 많았고. 부담스러웠단 이야기도 나눴다. 나 역시 이번 직장에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느끼고 있다. 모두 일을 하러 왔는데. 업무에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담다니. 그리고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의사결정도 조금 혼란스럽다.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주변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건 모두 같으니까. 다만 ’ 일‘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근거나 함께 약속한 체계 속에서 처리되어야 하고 그것이 잘못되면 함께 고쳐가는 것. 그게 일이라 배웠기에 지금까지 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물러서기 어렵기도 한 것 같다. 이런 여러 상황을 거치면 둥글둥글 해질까. 그런데 그렇게 둥글어지면 대부분의 상황을 포기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아닌지. 무엇이 좋은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내용처럼 겸손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