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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 Sep 11. 2022

별거와 별거 아님 사이에는

별거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서 문제를 안고 사는 존재다
문제를 안고 살다가 어딘가에 긁혀서 문제가 쏟아지는 것도 문제를 안고 살기 때문인 별거의 문제 중 하나다
언젠가는 이란 문장도 수반하므로 문제가 생겨도 이상할리 없다
문제가 생기지 않고 지나가면 다행이라는 단어를 붙잡아와 크게 안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별거는 문제가 발생할 쪽으로 조금 더 몸을 기울이고 사는 존재일 것이다
교통사고에서 차만 찌그러지고 당신이 말짱할 확률처럼
별거가 별거 아님을 데려오는 순간이다

별거 아님은 문제를 내포하지 않고 있지만 늘 문제를 일으키는 쪽은 이쪽이다
별거 아님이 품은 심드렁함이나 태평함이 문제를 가져올 때가 있는 것이다
분명 별거 아님은 문제를 안고 사는 존재가 아니므로 밖에서 문제를 만들어 가지고 온다
아무것도 아닌 별거 아님의 문장이 피곤하게 퇴근한 당신 앞에 놓인다
피곤한 당신은 문장을 들이받고 싶어지고 한편으로는 서운한 감정도 든다
힘든 당신한테 별거 아님의 문장은 너무하다
별거 아님이 별거를 데려오는 순간이다
문제를 품은 별거의 손을 잡고 별거 아님은 무안한 표정으로 사라진다

별거 아님은 가끔 별거를 데려오고
별거도 가끔 별거 아님을 데려온다
둘 사이는 상보적 관계로 별거와 별거 아님이 꽉 들어찬 양분된 세계에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든 별거는 별거 아님이 되고
별거 아님은 별거가 되는
그러니 둘은 윤곽조차 두지 않고 서로를 범람하는 사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알겠다
별거 아님이 별거가 되려는 순간, 사고가 나기 전 신속한 대처로 별거의 전복을 막을 수 있었다
별거 아님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다녀서
조금만 신속하게 대응하면 별거 아님의 영역 위에서 태평할 수 있는 것이다

별거와 별거 아님 사이에는 윤곽조차 살지 못하는
그래서,
별거와 별거 아님에는 사이조차 쉬었다 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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