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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 Jan 17. 2023

기적

마침 옆을 돌아보았을 때

네가 서 있었고


혼자 하는 달리기를 끝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네가 바통 이어받은 것


만나보니 알던 것은 착각이었고

모르던 것은 알 수 없는 것뿐인데


너는 화성에서 왔다는 말만 하고

나는 금성에서 왔다는 말만 하고


굳이 왜 그 먼 거리를 달려와

마침 그곳에 서 있었는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행성에서 살던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별을 떠날 결심을 할 수 있었는지


용기만 갖고 살던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너는 금성의 언어를 배우고

나는 화성의 언어를 배웠을 뿐


여전히 고향별의 관습을 버리지도 고치지도 못  채


천체망원경을 구입해서는

자신의 별을 관찰하듯


서로의 별의 안부를 확인하고 나서야

잠이 드는 것


외계인인 너와 내가

함께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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