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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예 Feb 21. 2023

판교 막내에서 로스쿨 신입생으로

직장인의 로스쿨 입시 기록 -- 1편. 겨울

(작년 말에 써둔 글을 조금 고쳐 올린다.)


인트로: 되돌아보며


기나긴 입시가 끝났다. 시간은 더디기만 해서, 과연 이 모든 일이 끝나기는 하는 걸까 막막한 때도 많았다. 돌아보니 똑같은 길이의 하루, 일주일, 한 달이었고 “2022년”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보니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케이크를 알아보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줄 연말 선물을 생각하다가 문득 올 한 해를 이렇게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수많은 업무, 로스쿨 입시를 준비했던 과정의 인상이 흐릿해지고 있어, 최선을 다해 그 조각들을 붙잡아 보려고 한다.


계절 별로 나눠서 생각해 보면 기억을 정리하기도 쉽고, 로스쿨 입시의 주요 단계들을 적절히 짚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내 등을 두들겨 준, 고마운 직장인 로스쿨 입시 후기들이 있었는데, 나도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포스팅 하나당 한 계절 씩 짚어보기로 한다.


겨울: 2022년 1월~2월


로스쿨 입시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건 2021년 12월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당시 나는 입사 5개월 차 말하는 감자... 혹은 깡통 정도에 불과했다. 게다가 입사 이후 가장 바빴던 시기였고, 팀 이동도 예정되어 있었다. 여러 계기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공부 시간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시간을 짜낼 수 있다 해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나의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 일명 ‘집리트'로 파악해 보는 게 먼저라고들 했다. 퇴근 후 피곤해서 눈앞이 흐릿했지만 의지를 다잡고 책상에 앉았다. 최근 3개년 기출문제를 하루 한 세트씩 풀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고, 이 시험을 앞으로 6개월 만에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준비할 수 있을지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도 시간 관리하는 요령을 체화하면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추리논증에서 매회 반복적으로 틀린 유형을 극복하면 점수가 오르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생각했다.


(사실 당시 현실적으로 “이 점수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며 좌절하기에는 나의 의지가 너무 강했다. 이후 단단했던 의지는 리트가 가까워질수록 흐물흐물해져 갔지만…. 그래도 당시 현실을 외면하면서 용기를 낸 무식한 나 자신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기출 3개년을 풀고, 큰 욕심은 깔끔하게 비워내고 시작한 리트 공부. 1월, 2월의 목표는 세 가지로 정리했다. 1번, 전개년 기출 1 회독하기. 2번,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3번, 추리논증 인강 기본강좌 커리큘럼 밀리지 않고 따라가기.


이 중에서도 1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기출에 집중했다.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일단 익숙해지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모자란 시간에도 크게 집착하지 않고, 더 느려지지만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2번 목표는 퍽퍽한 수험 생활에 즐거움을 줬고, 언어이해 실력에 도움도 됐다.


결국 1번, 2번은 잘 이뤘지만, 3번까지 성공하는 건 풀타임 근로자에게 너무 가혹한 목표였다. 자습이 인강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생 신조처럼 굳게 믿는 나는 이 목표를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3월 중순이 지나서야 해내고 만다.



기억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이후 계절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민법의 숲 속을 헤매고 있는 내가 이 글을 끝낼 수 있길... 아래는 짧은 예고편.


봄 (2022년 3월~5월): 피샛, 밋딧 문제 풀이와 함께 사라졌다. 초일불산입 날짜 계산 난 못 해... 그리고 첫 사설 모의고사가 준 충격.


여름 (2022년 6월~8월): 더위, 오르지 않는 리트 성적과 싸웠다. 매주 주말은 실전 모의고사와 함께. 리트 후 한달은 야무지게 휴식.


가을 (2022년 9월~11월): 한달의 야무진 휴식... 밤 새워 원서 접수 준비하면서 눈물 흘리며 후회했다. 그리고 로스쿨 입시의 한 줄기 빛이었던 면접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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