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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머 Nov 11. 2020

708090이 함께 회의를 한다

크롭티와 유치원에 간 사나이

지금 다니는 출판사는 책을 만들어 파는 것뿐 아니라 책을 홍보하기 위한 '1boon 채널'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주로 카드뉴스라 불리는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데, 포털 사이트 메인에도 꾸준히 노출되고 있어서 누구나 한 번쯤 봤을 콘텐츠다. 사람들이 혹할 만한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고 만화 같은 일러스트 컷 속에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속 상황을 제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머, 나랑 비슷해 혹은 뭐야 이거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의 정점에 다다르고 마지막 부분에는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서점 링크가 달려 있다.


대표님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업로드 예정인 카드뉴스의 시놉 회의를 하는데 오늘도 한 시간을 넘길 정도로 진행됐다. 70년대생과 80년대생, 90년대생이 다 같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얼마 전에는 90년대생이 써온 시놉시스에 '크롭티'라는 말이 나왔는데 70년대생인 대표님이 "'크롭티'가 뭐야?"라고 하셨다. 아, 이럴 수가?! 시놉을 써온 팀원은 이게 무슨 질문인가 하는 표정이고 가장 나이 차이가 덜 나는 난 누구보다 빵 터져서 웃어버렸다. 그 와중에 정확히 90년생이 침착하게 말했다. "배꼽티요!"


아주 오래전 개봉한 영화(예를 들면 <유치원에 간 사나이> 정도)를 인용하실 때도 있는데, 사실 다 알아도 절대 아는 척을 해드리지는 않는다.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셔서 "그거 있잖아요." 하며 끝끝내 생각해내려고 스토리를 장황하게 설명하실 때만 가끔 구해드리고 있다. 아무리 내가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해도 대표님과 같은 세대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연대의식이 결여된 팀장이라 죄송스럽긴 하지만 팀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옛날사람'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기에 어쩔 수 없다.


아무튼 90년 대생들이 80년대의 유행어를 모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요즘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이나 유행어, 신조어를 그 이전 세대가 모르는 게 잘못은 아닐 거다. 또 한편으로 카드뉴스라는, 포털 사이트에서 불특정 다수의 클릭을 노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니 넓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인가를 자체적으로(?) 검증하고 있는 것도 같다. 우리가 만드는 카드뉴스를 보는 사람 그 누군가도 '크롭티'를 모를 수도, 반대로 '유치원에 간 사나이'를 모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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