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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컬처 Jun 29. 2021

우리의 일이 누군가의 힘이 된다면

각자의 방법으로 가치가 행동이 되도록


2020년 한 해의 긴 재택근무를 거쳐, 지난 2021년 3월 2일 공식 시행한 회사의 자율근무환경제도: Work from Anywhere 케이스에 대한 기고문이 월간 <HR Insight>의 2021년 7월호 '상반기 HR 이슈 진단과 하반기 전망' 특집 기사 중 하나로 실리게 되었다. 좋은 기회를 주신 매체에 감사하다. 회사에도, 또 우리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올해의 좋은 기억 중 하나가 될 것 같아 감사할 뿐. 


긴 고민 끝에 기고의 대제로 내건 것은 '신뢰 기반의 일하는 방식 변화'였다.


기사에는 단 한 문장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WFA는 조직적으로 정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겉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작한 전사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기고에는 미처 담지 못한, WFA를 시행하기까지 우리는 작년 한 해동안 조직적으로 우리의 일과 사고의 근간을 계속 자극시켜왔다. 


떨어져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강력한 업무 규칙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길 서로 요구했고(재택근무 시작),

무엇을 바라보고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트리거를 던졌고(팀 핵심가치 워크샵),

커뮤니케이션 근간을 흔드는 주제의 서베이를 진행하고 결과를 공개했고(심리적 안전감 진단),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의 허들이 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제거했고(직급뗀 소통, 열린소통 가이드),

그 어느 때보다 조직의 Top과 Bottom이 섞일 수 있게 장려했다(2020년 부서별 타운홀 미팅 56회, 전사대상 타운홀 미팅 11회 진행). 아니 그런데 저것도 빙산의 일각이지만 써놓고 보니 우리 팀도 우리 직원분들도 저거 다 어떻게 소화했나 싶다. 꾸역꾸역..


우리는 물리적인 공간이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협업, 팀 시너지, 조직 목표를 생각하며 스스로 먼저 일을 찾아 나서고, 더 많이 스스럼 없이 소통하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짐을 느꼈다. 정말 절실했고 그래서 2021년 올해 초, Year 1을 선포하며 수평조직으로의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


자율과 책임이라는 두 가지 큰 가치가 작동해야만 가능한 수평조직에서의 일,

자기 주도성이 있어야만 비로소 완성 가능한 수평조직에서의 일.


우리에게 WFA는 단순히 우리가 지난 1년을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해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맥락을 조직이 소화하고 겪어오며, 결국엔 공간에 대한 주도권을 회사에서 직원들의 업무 퍼포먼스를 위해 넘긴, 조직적인 의사결정이고 중요한 이벤트였다. 그리고 이 결정은 오로지 '우리 구성원들이라면 잘 해낼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뢰는 가장 연약하고 가장 깨지기 쉽고, 가장 어려운 일이다.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내가 그저 먼저 믿는 것이다. 그래서 WFA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믿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행동이라는 보이는 것으로 실천하는 일. WFA라는 제도도,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며 조직이 당신을 신뢰하고 있음을 가장 밀접하게 느낄 수 있도록 지금 우리가 가능한 방법으로 행동화하여 만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관념과 추상적인 가치를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행동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에 대한 우리의 숙제 하나가 어딘가에 소개될 수 있다니, 순전히 우리만의 일이라 여겨진 이 변화의 여정을 조직 외 누군가가 안다는 일은 잡지사에서 글을 썼어도 참으로 쑥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WFA를 도입하고자 허슬 중인 누군가가 있다면, 아주 작은 용기라도 되어 주고 싶다. 지금 할 수 있는 그 작은만큼의 변화라도 먼저 믿고 시도해보라고.


여전히 글 쓰는 건 정말이지 적응은 되지 않고, 억지로 잡았던 펜도 펜이었는지 놓았던 그 끝이 생각보다 너무나 무뎌서 더욱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수고했다 나 자신. 토닥토닥. 내일은 마라샹궈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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