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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컬처 Jul 26. 2022

40년 된 회사에서 조직문화 만들기

성과를 내는 사람, 사람이 만드는 문화, 문화가 수호할 가치

좋은 문화 만들기는 어렵다.

만약 그게 40년이 넘은 회사라면 더더욱.

그리고 나는 그 회사에서 좋은 문화 만들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


좋은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이 어디냐는 질문을 들으면 오며 가며 듣고 보았던 좋은 사례들이 머리 안에 우다다다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그곳에 40년 된 기업은 별로 없었다.


40년이 별건가?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통계청의 기업 생멸 행정통계 결과를 보면 창업기업의 5년 내 생존율은 29.2%란다. 10곳 중 7곳은 5년 후에 문을 닫는다. 또 어떤 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 30년 이상 장수기업은 1.9%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민병철교육그룹은 1980년에 시작해서 올해 42살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만의 좋은 문화 만들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지는 이제 5년 남짓이다. 지난 2017년 3월 회사에 문화를 전담하는 임원이 생긴 뒤의 일이다.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문화 만들기를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 일로 생각하기로 한 뒤 회사의 0순위는 직원임을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다.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조직의 역사상 어느 때보다 ‘우리의 문화’를 강조하고 ‘우리가 지향할 가치와 일하는 방법’을 많이 이야기하며 트리거를 줬던 첫 해, 퇴사율은 역대를 기록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들여진 습관을 바꾸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것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기로 하는 가치와 연관된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국 조직에도, 조직 안에서 일하는 개인에게도 

‘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서 이렇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면, 나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조직문화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정말 흔하게 마주하는 저항이 있다.

'먹고는 살아야지!'


문화가 밥 먹여주냐는 통념에 대해 미국의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1) 의 연구는 흥미로운 반론을 제기한다.

(1) 그는 HR전문가가 아닌 자본주의를 연구한 사람이지만, 2017년 Barry-Wehmiller의 CEO인 Bob Chapman과 Everybody matters라는 책을 펴냈다. 조직 내의 사람들을 가족처럼 진심으로 배려하고 돌봤을 때 조직이 창출하는 성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22년 7월 현재, 국내 출간은 전이다.


그는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을 주제로 한 책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Firms of Endearment)>(2) 에서 SPICE 이해당사자 모델을 소개한다. SPICE는 다섯 가지의 이해당사자를 지칭한다. 사회(Society), 파트너(Partners),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마지막 ‘직원’에 동그라미를 치고 싶을 것이다.

(2) 2007년 미국 아마존 경제경영분야 베스트셀러 10에 오른 책이다. 국내에는 2008년 소개되었다.


SPICE 이해당사자 모델은 주주(Stockholder) 가치 극대화 최우선이 아닌 이해당사자(Stakeholder) 중심의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에드워드 프리먼의 ‘이해당사자 관계관리 이론’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책 출간은 2008년으로 2022년인 현재와 시간차가 느껴지나, 책에서 소개하는 28개의 브랜드는 출간 시점 과거 10년간 다른 회사들과 대비해 9배 정도의 초과 실적을 보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5개의 이해당사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모든 목표를 전략적으로 얼라인먼트한 것이다. 이런 실행은 기업의 철학(책에서는 고결한 목적의식이라고 언급한다)을 실행하려는 의지, 그리고 목적과 사람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든 이해당사자 입장을 경청하고 고려하고 결국은 '사랑받는' 좋은 관계를 쌓으려 노력한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모델을 통해 조직문화를 다루는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 하는 점은, 

기업은 매출(주주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뛰어나게 또 행복하게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 생존해야 하는 곳은 사람들이 모인 사회. 그리고 그 기업과 브랜드는 결국 사람들이 만든다.

상호 의존적인 관계다. 조직이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다.

숫자는 그 자체로 매우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느껴지지만, 

결국 그 이성적인 숫자는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조직은 이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우린 사람이다. 가치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동물이다.

일단 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를 고민한다.

바꿔 말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일해서 돈을 버느냐도 고민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조직 안에서 진정으로 원하고 함께 일궈내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경청하는 것이 정말이지 필요하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의 기능이 아닌, 얼마의 매출을 벌어오는 수입원이 아닌,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고민하는 동료 나아가 가족으로서 말이다.

 

가족은 힘든 시기에 함께 뭉치고 희생하고 고통을 이겨내는 법이다.


다시 돌아와, 앞서 언급했던 조직의 문화를 다시 강조하기 시작했던 그해, 

퇴사율이 역대를 기록한 그해에 입사한 신규입사자들은 신기하게도
이전의 어느 해보다 긴 근속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해보기로 공감을 만드는 순간’, 

조직과 같이 생존하기로 결정한 개인의 일터는 좀더 의미 있어진다.


결국 조직문화를 다루는 사람들이 할 일들이란

우리 조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기준과 목표를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감하여 같은 방향으로 기꺼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모든 일이 아닐까?


나와 동료들 역시 우리 역시 조직이 달성하고 싶은 목적을, 이 목적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우리답고 존엄하게 생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길 멈추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강산이 4번 바뀔 동안 어쨌든 생존해온 이 조직이 앞으로의 40년을 다시 보낼 때, 그땐 우리 조직 안의 사람들을 지탱하고 행동하게 하는 기준이 단순히 시대의 흐름이나 숫자만이 아니길 기대한다.


어떠한 호황과 불황 속에서도 

우릴 지탱하는 것은 조직의 사람, 사람이 만들 문화, 문화가 수호할 가치가 되길 바란다.



조직문화담당자의 일은, 

곧 사람과 조직을 영원히 살리는 일이니까.




* 이 글은 2022년 7월 21일 원티드 인살롱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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