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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마이너 Apr 02. 2019

뭐든지 골고루 먹어라?(1)

편식해도 괜찮아


만물의 근원지인 바다에 오랜만에 왔다.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보게 된 해변가는 막탄의 뉴타운 비치. 작은 해변이지만 그만큼 사람들도 적었기에 앉을 곳, 햇볕을 피할 그늘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물장구를 즐기는 아이들부터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연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 이 작은 해변에 나도 나름의 목적을 갖고 합류했다. 채식을 한 이후 처음으로 찍어본 해변 사진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무엇이든 골고루 해야 한다는 유전자가 있다. 공부도 국영수 골고루, 음식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골고루. 그러나 내 생각은 채식을 경험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삶의 가치관까지 바꿔버리는 채식. 골고루 하다 골골거린다는 게 내 생각이다. 편식해도 괜찮으니까.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 근육이 빠지는 것을 극도로 염려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단백질을 매 끼니마다 꾸준히 몸으로 집어넣는다. 먹은 단백질이 근육을 유지시키고, 더 강하게 만들어줄까? 아니면 먹은 만큼 운동을 한 것이 근육을 유지시켜줄까? 2018년 5월 처음 시작한 채식은 다큐멘터리 COWSPIRACY(카우스피라시)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한국말로 번역해보자면 소에 대한 음모. 그 다큐를 보면서도 나는 돼지고기를 구워 먹으며 보고 있던 것이 생각난다. 


고기 없이 영화나 다큐를 보면 입이 심심했고, 마침 저녁식사 시간이기에 이 흥미진진한 소재를 보는 것에 들떠있었다. 그리고 이 영상이 나를 바꾸었다. 간략히 내용을 말해보면 가축을 축산 화한 인류, 그리고 산업 발전에 따라 축산시스템의 폭발적 확장으로 우리 모두가 고기를 즐기는 시스템 속에 살게 되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가축과 연관이 있다고 감독을 말한다. 심지어 전 세계의 운송수단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더 크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그러나 이 영상의 끝에서는 진실을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늘 환경에 관심이 큰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내 몸을 매일매일 찍기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했고, 나름 건강과 몸매에 자신이 있었는지 나는 이 사진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채식 도전 1일 차의 내 모습이다. 이 사진도 나름 날씬해 보이려고 포즈도 잡고 배도 집어넣은 것이니. 내가 이렇게 군살이 많은가 그리고 그것을 몰랐단 말인가. 흉해 보이는 내 뱃살과 가슴살 옆구리 살에 실망을 했다. 이때까지도 채식으로 몸이 바뀐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주 관심사였으니까. 그러나 채식은 내 몸의 환경도 바꾸기 시작했다.


채식을 하면서 먹는 것이 달라지니 괴로웠다. 거들떠보지 않던 작은 생명체들, 소리 내지 못하는 생명체들을 먹어야 하는구나. 잘 구운 목살과 함께는 마늘과 상추가 든든해 보여도, 각개전투로 상추만 먹자니 이건 영 입에 들어가 지가 않았다. 이때쯤 유튜브의 유명한 채식 블로거이자 유투버인 분의 정보들을 얻게 되었다. 풀을 상식하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 녹말, 과일을 먹으라는 것이다. 나는 바나나가 좋은데, 그럼 이 것만 먹어도 된다고? 건강은 어쩌지. 골고루 먹고, 단백질은 어디서 끌어오고? 계산을 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 뿐이었고, 그래서 그 유투버의 추천 도서들을 하나씩 독파하기 시작했다.


내 인생의 최고의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이지만 가장 도움이 된 책은 단연코 이 책이었다. 이 외에도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 차이나 스터디(무엇을 먹인가) 등을 보았다. 현재는 차이나 스터디 원서 번역을 하며 사람들에게 더 리얼한 원서의 표현들을 전달하기 위해 다른 블로그를 운영 중에 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이 책에 의하면 단백질 x 지방 x, 그냥 녹말 음식들을 먹고 녹 잎채소를 종종 먹어주고, 과일을 먹으면 만병에 자유롭다고 한다. 어릴 적 시장 가면 원숭이 한 마리 데리고 다니고 차력과 뱀쇼를 선보이던 시장 약장수들의 말보다 더 의심스러웠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고, 뇌에 필수적인 영양소라고!"


근데, 난 참 궁금한 걸 못 참는다. 그때부터 아주 제대로 따라 해 보려고 별별 노력들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바나나 모노 밀, 두부(단백질의 신화에 벗어나지 못한 애벌레 시절이라)와 현미밥, 간이 없으면 영 입맛이 없어 스리라차 소스(나트륨은 괜찮다는 자기 최면의 초창기)를 뿌려가며 채식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 모습은 너무나 급속도로 변해갔다. 주변에서는 아픈데 참지 말고 병원에라도 가보라며 권유하기 시작했다.


현미밥과 토마토


바나나 퍼레이드
시금치와 쌈채소, 내 사랑 양파와 현미밥
생식, 현미 불린 것에 생 버섯(절대 금지)
감자 동무
바나나 시금치 스무디(굳이 할 필요가 없다)

초창기에는 누구나 도전하고 실패한다. 채식도 그러했는데, 스리라차 소스, 두부, 스무디, 생버섯은 내 대표적인 실수이다. 실패는 결코 아닌 것이 이 역시 채식이었다. 다만 지금이라면 시간 들여 이렇게 힘들게 먹지 않고 간편하게 음식을 즐길 것이다. 특히 생버섯은 결코 추천하지 않는다. 표고버섯이라 방심하고 생버섯을 씻어 먹었는데 며칠 후부터 두드러기가 피어올랐다. 목과 배에 엄청난 속도로 퍼졌다. 그래도 병원에 가지를 않았다. 내가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따져보니 버섯밖에 없었다. 버섯은 굽거나 삶아 드시라.


그런데 이렇게 먹어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과를 하나 얻게 된다. 내 몸으로 실험을 하면서 철칙을 두었다. 첫 한 달은 운동 절대 금지, 가벼운 푸시업조차도 철저히 배재했었다. 채식으로만 변하는지 봐야 했다. 단, 출퇴근은 평소에 자전거로 간간히 했기에 이 부분을 고정적으로 두었다. 회사는 가야지...


뭐든지 골고루 먹어라?(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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