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점을 열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상>
-키워드 ‘나’ 하나, 둘, 셋
서점 창업을 하기 전에 서점의 콘셉트를 정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서점의 콘셉트는 서점 주인의 머리와 태도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서점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가 그 서점의 미래를 결정한다.
오늘은 서점을 꿈꾸는 내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30년을 훌쩍 넘게 살아온 내가 ‘나는 누구이며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자문하는 일이 겸연쩍지만, ‘지피지기’ 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나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일은 어떤 서점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지, 서점을 통해 내가 내 서점의 손님들에게 뭘 해줄 수 있는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만 같다.
키워드 하나. ‘나’는 혼자 정리하고 정돈하는 사람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사색하거나 하루를 고독하게 정리하는 일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맥주 한잔하며 그날의 아픔과 황당함을 입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못 버티는 것처럼, 나는 퇴근 후 가능한 한 빨리 집에 오는 것으로 하루의 묵은 체증을 날려버린다. 그렇게 버틴다.
그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집을 깨끗하게 만든다. 이후 나만의 다이어리를 펼쳐 하루를 반성하고,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록하고 계획한다. 오롯이 사유에 집중할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정갈하고 산뜻하게 살아가기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며, 심호흡을 깊게 세 번 한다. 그리고 역시나 최고의 사색을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 가까운데 집을 갖는 것인데, 이번 생에는 힘들 것 같다며 씁쓸하게 미소 지어본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의 등장인물 ‘싯다르타’가 하는 것처럼 온전히 ‘침잠’할 날을 꿈꾸며.
키워드 둘.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다.
직장에서 카카오톡을 업무에 활용하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다. 5년~6년 정도 전에는 MSN 같은 메신저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전 직원이 메신저를 통해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나에겐 득이 되었다. 나는 말보단 글로 적는 일이 좀 더 나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긴급하게 보고할 일이 있으면 종이로 인쇄하고, 보고 내용을 요약해서 머릿속에 둔 채 말로 했다. 지금은 메신저에 파일을 업로드 후 무슨 내용인지 텍스트로 남긴다. 상대는 텍스트를 확인하고, 역시 텍스트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말로 하지 않기에 따로 기록할 필요도 없다. 메시지를 작성하다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백스페이스를 이용해 정정할 수도 있다. 편하다.
대학원 강의 시간에 교수님으로부터 ‘말하는 걸 봤을 때는 몰랐는데, 글을 보니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며 앞으로 글을 좀 써보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던 걸 회상해본다. 사무실 패러다임을 바꿔 준 카카오톡 개발자들에 정갈한 마음으로 감사의 묵념을 3초간 전방에 발사한다.
키워드 셋. ‘나’는 ‘이거다’ 싶은 일은 어떻게 든 해 내는 사람이다.
세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은 모두 ‘오타쿠’라고 평상시에 생각해왔다. ‘오타쿠’라는 일본 외래어에 반감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말의 뜻을 국립국어원에서 찾아보면 한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집착하는 사람 또는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사람을 의미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한 분야에 지나치게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무엇인가를 이룰 수 없는 세상이다. 모두가 ‘오타쿠’가 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세상이 아닌가.
나도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깊이 파고든다. 그런 분야가 거의 없는 것이 문제지만, 일단 ‘타깃’이 정해지면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며, 그 대상에 대해 골몰하기 시작한다. 서점이 하고 싶어 져서 경기 서점 학교를 수료했고, 나중에 서점에서 글도 쓰고 싶어,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이렇게 부족한 글이지만 발행하고 있다. 한겨레에서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논리적 글쓰기의 힘’이라든지, 문학동네와 민음사 등 북클럽에 가입해 다양한 책을 경험해 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오타쿠의 나라 일본에서 노벨 문학상, 노벨 과학상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도 오타쿠들이 가지고 있는 집착, 집중, 몰입의 힘일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참 책에 있어서만큼은 오타쿠 같아’라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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