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점을 열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하>

- 그럼에도 결론은.

by 피터팬의 숲

키워드 넷.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사실 아침형 인간으로 태어난 건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다만 아침에 에너지가 더 많은 타입이라 남보다 개운한 생각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한다는 정도가 장점이다. 잠드는 시간은 저녁형 인간보다 빠른 편이다. 예술가들은 늦게 일어나 심야에 사색을 즐기며 창의적인 생각도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서점 주인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만든 작품을, 독자들에게 특별한 공간을 통해 연결해주는 일을 하니 예술의 업이라기보다는 ‘상행위’에 가까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서점에 일찍 오고 싶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다. 주인이 10분이라도 일찍 나오는 서점의 분위기에는 커피 한잔만큼의 향이 그만큼 배어 있지 않을까.


키워드 다섯. ‘나’는 생각보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서점을 운영하려는 사람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얼토당토않은 말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책을 너무 좋아해도 문제다.


훌륭한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능력과 합리적으로 큐레이션 하는 능력, 그리고 책방에 오게끔 마케팅하고 끌어들이는 능력이 서점 주인의 모든 취향에 앞서야 한다. 서점 주인이 책에 파묻혀있는 공간이 행복하고 책을 팔지 못해도 좋으니 많은 책에 오롯이 오감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서점엔 가망이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책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서점을 열겠다는 생각을 할 리 없지만, 서점을 운영하다 보면 책 읽을 시간이 없어진다는 게 많은 서점 주들의 공통된 목소리기 때문이다.


서점을 열었으면 그 순간부터, 서점 주인은 열혈 독자에서 경영자로 진화한다. 더욱이 그 서점이 1인 서점이라면 서점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서점 주의 머리와 가슴에서 시작하게 된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이제는 문학과 철학, 역사책을 들여다보는 대신 SNS 마케팅과 세무관리 같은 사회과학의 영역에 관심을 두게 될지 모른다.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이미지와 생동감 넘치는 영상에 밀려 종이책은 단순히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이상하지 않다. 또 종이책이라는 고지식해 보이는 재화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는 인구 자체가 부족한 시대다.


나 스스로 서점을 열기에 스스로 적합한 사람인지 자문해 보았지만, 어쩌면 서점을 열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책을 사러 우리 가게로 와 달라고 억지로 등을 떠밀 수 있는 ‘용기’와 ‘신선함’으로 가득 찬 사람일 것이다. 내가 좋다고 남에게 나의 취향을 강요할 수 없겠지만, 그 맛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수는 있는 일이니까.


이전 06화나는 서점을 열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