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가족 속 '진짜 가족'
공과 사 그 사이에서
『야근할 생각은 마이소
오늘은 얼마 만에 하는
데이트 날인데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가수 둘째 이모 김다비(김신영)가 부르는 ‘주라주라’의 노랫말이다.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동료들이 ‘진짜’ 가족은 아니라는 점을 통쾌하게 꼬집었다.
집에 있는 소중한 가족과 행복한 삶을 계획하고 진행하기 위한 ‘가짜’ 가족과의 동업 생활. 꽤 냉소적으로 직장생활을 본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실제 직장 안에서 승진, 성과급 같은 한정된 자원을 얻기 위해 조직의 피라미드 위로 서로 올라서려고 아등바등 동료들을 밟아대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가끔 보면, 사실 가짜 ‘가족’이라는 말도 겸연쩍다. 물론 내가 다니는 회사가 꼭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주라주라’ 노랫말의 사각지대에 다름 아닌 나와 내 아내가 있다. 내 가족은 집에도 있고 회사에도 있는데,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가짜 가족 속에서, 진짜 가족을 지켜내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 부부가 가짜 가족 틈바구니에서 버텨내기 위해 직장 안에서 준수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제1원칙은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이 다른 동료의 불편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나는 회사에서 아내와 사담을 나누는 일이 거의 없다.
개인적인 대화는 주로 메신저를 통한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 나는 아내를 일부러 쳐다보지 않는다.
처리할 일이 있어 내가 아내가 속한 사무실로 오면 나는 아내에게 웬만해선 아는 척하지 않는다.
지난 브런치 글(“아니, 너희 부부는 점심까지 같이 먹어?”)을 읽어 본 독자라면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은 직원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공간이지, 절대로 부부의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 아니다. 같은 직장 내에 부부가 있으니 좀 봐달라는 말이 통하지도, 그와 같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서도 안 되는 곳이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우리가 만든 회사 사용 기준을 준수하며 인정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는 지난 몇 년 간의 회사 생활이 꽤 오랜 기간 계속된 사내부부의 삶에 녹아있다. 그 때문인지 언젠가 한 선배로부터 “너희는 어떨 때 보면 부부 같지 않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는 집이 아니라 일터라는 인식이 확실한 우리라서, 공과 사의 구분이 분명한 덕분에 부부 같지 않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선배는 나와 아내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칭찬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떤 회사 건 사내부부에 대한 시선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고울 수도, 미울 수도 있다. 그런 시선을 만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사내부부의 몫이다. 그리고 같은 직장 동료로부터 좋은 시선을 받고, 그래도 꽤 괜찮은 부부라는 평이 오르내려야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사내부부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