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부러지는 아내와의 대담을 통해 얻은 깨달음
“사내 연애를 어떻게 들키지 않고 하셨어요?” 아내와 연애 끝에 결혼한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후배가 물었다. “들키지 않는 방법? 왜, 너도 회사에 관심 있는 사람 있어?” 내 질문에 후배가 움찔했다. “아니요, 사내 연애가 위험한 게 사실이잖아요. 선배님이야 성공하셨으니 다행이지만 솔직히 우리 회사에 몰래 사귀다 헤어진 커플도 있...” 20대 후반의 그 후배는 한창 불타오르는 청춘답게 질문이 많았다.
“사내 연애를 내가 두세 번이라도 해봤다면 너한테 해 줄 말이 꽤 있을 텐데 말이야. 나는 사내 연애가 이번이 처음이었어. 연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대학교 CC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회사 안에서 내 평생 배필을 만날 거라고는...” 내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속 시원한 답을 기대한 것 같았는데, 여전히 우리 부부에 관한 이야기는 동료들에게는 조심하는 버릇이 있어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후배는 ‘그럼 그렇지, 저 재미없는 선배에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라고 생각한 듯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키며 말했다. “점심시간 다 끝나가네요. 일어나시죠! 커피 잘 마셨습니다.”
오후의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오늘 만난 후배의 말을 혼자 곱씹어 봤다. ‘그러게. 내가 어떻게 사내 연애를 들키지 않고 했을까?’ 후배가 던진 질문에 갑자기 ‘나’에 대해 궁금해진 ‘나’였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오늘 점심에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걸 몰라? 난 알 것 같은데.” 아내가 말했다. “우리가 워낙 조용한 사람들이라 그런 거 아닐까?” 내가 고봉밥을 크게 한 숟가락 뜨며 말했다.
“그게 사내 비밀 연애의 핵심은 아니야. 내 생각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인 것 같아.” 아내의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아내는 똑 부러진다. 아내가 말한 평정심은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에게 속마음을 들키지 않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무기다. 나도 평정심이 얼마나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근데 자기는 속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잖아? 자기는 보통 사람들보다도 평정심을 잘 잃어버리는 편인데, 그 단점을 커버해 주는 게 기억력과 언변술인 것 같아. 누가 자기한테 말 돌리기 천재라던데? 쿠쿠. 나쁘게 말하면 상황에 맞는 거짓말을 잘하는 거고.” 아내의 예리한 분석력에 감탄하며, 계속 궁금했던 질문에 답을 얻어서 그런지 오늘 저녁의 주메뉴인 참치 김치찌개를 싹 다 비웠다.
나도 아내에게 말했다. 자기는 포커페이스의 일인자라고. 연애 시절, 이슬처럼 잔잔한 눈과 앙다문 입술, 불필요한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단호함 덕분에,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혹여 들킬까 봐 마음을 크게 놓았던 건 나였다고 말이다.
오늘 만난 그 후배와 다시 점심 약속을 잡아야겠다. 속 시원하게 말해줘야겠다고 결심한다. 사실 자랑하고 싶다. 나와 아내였으니까 가능했을 거라고 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