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출근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요?”

사내 부부 중 한 사람은 쉬게 하라!

by 피터팬의 숲

내가 다니는 회사는 휴일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서, 큰 규모의 행사를 치르는데 직원들이 동원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이런 행사에 사내 부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는 법. 하지만 휴일에 한 가정의 부부 모두가 나오는 일은 분명 아쉬움이 있다. 상시근로자만 100명이 넘는 회사의 행사에 꼭 우리 부부가 모두 들어가야 할 이유는 절대 없다.

“김대리, 이번 행사 업무분장 표에 나랑 우리 와이프 모두 들어가 있는데? 너무한 거 아냐? 지난 행사에도 나왔는데 이번 행사까지 나오라고?” 내가 말했다.


“아 그래요? 저는 위에서 정해준 대로만 안내한 겁니다. 다시 말씀드려볼게요.” 행사 담당자 김대리는 겸연쩍은지 머리를 긁적였지만 윗선에서 결정한 거라며 당당히 어깨를 죽 펴고 말한다. 나는 잘못한 거 없다, 아니꼬우면 왜 사내 부부 했냐는 미적지근한 표정.

주말을 이용해 처리해야 하는 잡다한 집안일들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지 않는 젊은 부부라는 이유로 또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내급 직원이라는 이유로 부부 모두에게 주말 출근을 강요하는 현실은 도움닫기 후 오락실 펀칭머신을 팔꿈치로 ‘파방’하고 내려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이다.

인력지원이 필요한 일에는 입사 연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입사를 늦게 했다는 죄로 주말까지 반납하고 출근해야 했다. 후배니까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선약이 있거나 집안 경조사가 있어 도와주기 어렵다는 말을 하면 눈치를 줬다. 한 마디로 공정성이 결여된 조직 문화였다. 최근에는 ‘젊은 피’들의 수혈로 이런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런데 심지어 어떤 직원들은 내게 “둘 중에 한 명만 나오면 그것도 문제아냐? 이왕 나오는 거 두 명 모두 나와서 일해야 외롭지 않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개인이 회사 일에 희생해야 하는 시간은 하루 8시간이면 너무나 충분하다고 느끼는 극단주의적 근로자라 그런지, 이런 말을 하는 동료를 이해할 수 없다. 회사가 근로자 개인의 일생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는데, 주말에라도 자기 계발을 하고 취미활동을 해서 제2 또는 제3의 인생을 도모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말이다. 설사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부 중 한 명이 쉬는 게 뭐가 나쁘다는 건지. 게다가 회사에 같이 나와야 외롭지 않다는 말은 최악이다.

사내 부부 안 해봤으면 말을 말던가. 이런 말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나와 아내의 무난한 회사생활을 위해 큰 심호흡과 함께 시크한 미소로 부부 중 혼자만 나오면 문제라던 바로 그 직원에게 말해준다.


“그러게요. 회사가 우리 부부에게 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