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속에서 다시 중심을 세운 며칠의 기록들
“엄마, 벌써 내가 열아홉 살인 게 믿기지 않아.”
새해 첫 날인 어제, 큰 아이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저 진짜 성인이 됐어요!”
초6 때 처음 만난 제자가 어느덧 스무 살이 되어 어리둥절해했다.
“선생님, 새해가 되면 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마운 첫 번째 사람이 선생님이에요.”
그리고 멀리 있는 청년 제자가 감사함을 내게 전하며 왠지 모를 공허함을 메시지로 보내왔다.
새해가 주는 감정들은 무엇일까?
퍼뜩 생각하기에는 마치 엄청난 변화와 설렘을 안겨줄 것 같지만,
실상은 오히려 흔들리는 마음들이 더 많음을 느낀다.
나이 한 살 더 먹었다는 묘한 부담감,
아직 내 자리를 명확히 세우지 못했다는 조급함,
왠지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정작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새해의 첫 페이지 위에서 또렷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나도 지금 이 글을 쓰며 그 갈피를 잡아보려는 중이다.
나만의 특별한 방법, 마음의 고요를 찾아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흔들릴 때면 기도원을 찾았다.
기도원의 공기는 마음을 평안케 한다.
오가는 누구도 나에게 묻지 않고
그저 내 안에 분주한 것들을
하나님 앞에 가만히 내려놓을 수 있기에,
나는 늘 그곳에서 마음의 자리를 되찾는다.
말씀을 듣고,
찬양으로 고백하고,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기도하다 보면
삐걱거리던 마음이
서서히 한 곳으로 중심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내면이 정렬되면,
나의 삶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나를 살리는 건
세상의 소음이 아닌,
내 안의 고요함이다.
외부의 소리를 줄이며, 마음의 결을 듣는 시간
사람들은 흔들리면
자꾸 외부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다.
오히려 더 말을 줄이고,
전화통화도 웬만해선 하지 않고,
메시지도 최소한만 확인한다.
타인의 말보다 내가 뱉는 말들 속에
틈이 생기는 감정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부의 자극이 줄어들면
마음의 신호가 또렷해지고
나의 정체성을 찾는 속도가 빨라진다.
연말과 새해는 나를 다시 읽는 시간
기도원에서 돌아와,
바로 노트를 펼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나는 어떤 순간에 생기가 살아나는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나다워지는가?
역할과 욕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준비라는이름으로
뒤엉킨 이야기 속에
진짜 나를 찾아 질문을 던지고
더듬더듬 그 답을 찾아본다.
“아빠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할 때 행복한지 관심은 있어요?”
오늘 우연히 지나치다가 본 드라마에서
대기업 외동딸이 아버지에게 소리치던 장면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다운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 역시 내 스스로에게
“세정아, 너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어?”라는
질문을 던지며 연말부터 고군분투했다.
정체성은 마음에서 드러난다
— 나는 글로 내 삶을 정리할 때 다시 살아난다.
— 나는 누군가의 막막함을 비춰줄 때 기쁨이 찾아온다.
— 나는 영적인 깊이와 연결될 때 삶의 중심이 재정렬된다.
— 나는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쓸 때 가장 나다워진다.
지난 며칠 동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에 대해 깨달은 것들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정체성이었다.
이것들을 다시 붙잡으니,
2026년의 방향도 조용히 드러났다.
나는 ‘소유’보다 ‘존재’에
더 중심을 두며
살기 원하는 사람이다.
질문은 곧 기도이고, 인생의 방향이다
인생을 더 할수록,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기에,
오히려 중심축을 세워 기준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어쩌면 질문만으로 충분할 지도 모른다.
질문은 기도이고
기도는 곧 미래의 길을 새롭게 여는 통로이니....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내가 가는 길에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길 바라는가?
-하나님께서 내게 바라시는 인생의 방향은 무엇인가?
-나는 올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 질문들이 올해 나의 기도가 되고
삶의 방향이 될 것이다.
오늘 당신에게 건네고 싶은 한 문장
새해가 되면 흔들리는 건
당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래도 괜찮다.
흔들리는 시간은 방향을 잃은 게 아니라
새 방향으로 넘어가는 진통일 뿐이니까.
오늘 당신에게는이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나는 이제, 나다운 삶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문장이 당신의 마음을 붙잡아 줄 것이다.
흔들려도,
쓰다보면,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