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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대 Jul 11. 2021

[희대의 NOW구독중]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②

1인 미디어를 별의 순간으로 'UP' 시키다

[디지털타임스] <희대의 NOW 구독중> 열여덟 번째 칼럼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2010년 아카데미 수상작이었던 영화 'UP'. 애니메이션임에도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수작이라 디타 구독자 여러분들도 기억을 떠올려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만큼이나 우리의 기억에 깊게 남는 장면은 주인공 칼 프레드릭슨 할아버지가 수천수만 개 풍선을 매달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이다. 어쩌면 꿈같은 이 이야기를 '1인 미디어'라는 장(場)에서 현실로 이뤄온 과정, 지난 편에 이어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와 나눈 인터뷰로 전해 드린다.

광운대 이희대 교수와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이사가 판교 본사 집무실에서 《희대의 NOW 구독중》 인터뷰를 촬영 중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 실시간 회의나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 이전부터도 다양한 SNS 플랫폼들에서 수시로 유저들이 폰 카메라로 현장을 중계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또한 익숙해진 지 오래다. 1인 미디어 플랫폼들에서도 VOD(Video On Demand)와 더불어 생방송 형태인 라이브 스트리밍 포맷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3G, 4G를 거쳐 현재 5G 시대, 또 5G보다 50배 이상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위성통신 연계 기술인 6G까지 개발되고 있는 통신 환경의 진화가 가져다준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통상 개척자들은 환경이 척박했던 시기에 먼저 도전하고 그래서 위험을 맞는 동시에 성취도 이루어낸다. 아직 국내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1500만 명 미만이었고, 스마트폰은 선도 보이지 않았던 시절인 2006년. 전 세계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의 아프리카TV다. 다음 해 다음TV팟이 뒤를 이어 시작했고, 이후 미국과 중국, 일본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의 첫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브랜드인 저스틴(Justin)TV가 현재 아마존이 운영하고 있는 트위치(TWITCH)의 전신이다. 용감하게, 혹은 무모하게 세계 최초 도전에 나선 기록이 적잖은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다시 한번 느껴보게 되는 대목이다.


당연하게도 이 '최초'의 길은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고, 그 과정 자체로 역사가 된다. 다만, 길을 개척할 때의 진짜 어려움은 길에서 만나는 험난한 굴곡과 위험보다 어쩌면 가보지 않은 이들의 만류, 예단과 편견일지 모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 때문에 중간에 길을 멈추기도 한다. 반면, 계속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이들은 그곳에서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고 기록해 이 길을 찾을 다른 이들을 위한 지도를 남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지도를 처음 접할 땐 심지어 못 미 더워하다 한 걸음씩 디뎌보고, 또 더 많은 이들의 동참을 확인하고서야 서서히 길에 나서곤 한다.

이희대 교수의 《희대의 NOW 구독중》 -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 02'편 첫 번째

특히나 이 지도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지형 기호가 나타나면 우리는 해석을 두고 분분해진다. 통신 환경이 발달하지 않았던 초기 PC 기반의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당시에 지금과 같이 방송 시작 전후 광고가 방영되고 이 수익을 창작자와 서비스 운영사가 나누는 선순환의 구조를 기대한다는 것은 이상에 가까웠다. 이 낯선 서비스에 선뜻 나서 줄 광고주는 드물었던 것. 그러나 서비스는 이미 시작되었고, 1인 미디어 플랫폼의 특성상 지속적인 생태계를 이루려면 어쨌든 창작자들에게 다음 제작을 위한 동기부여와 자원, 즉 수익이 필요했다. 운영사가 이를 자비로 계속 지원할 수 없음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당시 적지 않은 인터넷 방송 서비스 기업들이 초기엔 투자를 받고도 이후 사업을 못 이어갔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항상 난제 속에서 특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 또한 한국인들의 특기다. 2001년 정액제 과금 방식을 폐지하고 부분 유료화라는 모델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도 한국(넥슨)이었다.


2007년 아프리카TV는 그들의 지도에 새로운 기호를 그린다. '별풍선'이라는 전에 없던 매우 낯선 기호였다. 창작자에게 광고 수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방송을 진행하는 BJ에게 호의를 표시하는 일종의 선물처럼 직접 후원을 한다는 모델이었다. 선물에 따른 이용의 혜택은 팬클럽으로 등록되는 것과 채팅의 글자색이 변경되는 정도다. ‘구매’는 ‘실물’이나 ‘서비스 이용’에 대한 ‘지불’을 의미한다는 기존 '화폐경제'라는 개념에 비추어 봐도 완전히 전에 없던 개념이다. 수용자에겐 상응하는 실질적 혜택이 거의 없어 보여서다.


또한 그간 매스미디어에 익숙해져 있던 사고로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그리고 막상 시행이 된다고 해도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시도였다. 그동안 미디어는 정보와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개로 시청자가 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직간접의 홍보 효과에 의해 광고비를 받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수순으로, 그래서 의례 콘텐츠의 공급자로 수용자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시청자가 미디어에게, 즉 콘텐츠 소비자가 공급자에게 직접 후원을 한다? 당시로서도 혹은 아마 현재까지도 일부에선 문화적인 역류로 이해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정찬용 대표는 인터뷰 중 요즘 유행하는 용어 '하차감'을 아느냐고 물어왔다. 학생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라 답을 했다. '승차감과 달리 차에서 내릴 때 쏟아지는 주변의 시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안다고. 그는 이것이 분명 사회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개념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한편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고민하는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유의 하나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맞다. 특히나 사회적 관계를 중시해왔던 동양 문화권에서 살아온 우리가 타인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다 말한다면 오히려 진실되지 못한 것이리라.

이희대 교수의 《희대의 NOW 구독중》 -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 02'편 두 번째

정대표가 건 낸 이 화두는 자연스럽게 아프리카TV의 후원 모델 ‘별풍선’ 이야기로 이어졌다. 2007년 처음 선보인 후 실제로는 이루어질 것 같지 않던 이 모델은 지난해 이 회사가 약 2,000억의 매출을 거두고, 시총 1조 클럽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주역이 된 것이다. 그는 이를 '선물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타인들의 시선을 공동체 안에서의 상호작용이라는 명제로 설명했다. 즉, BJ라는 창작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감' 커뮤니티, 공동체에서 팬으로서 창작자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창작자에게뿐 아닌 공동체 내 같은 유대감의 구성원들 간과 상호 자부심을 견주는 요소이자 소통의 방안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허영심, 우월감, 과시욕으로 치부하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으로 보겠지만,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생태계에서 '선물 문화'는 마치 '하차감'처럼 우리의 관념과 별개로 실재하는 그리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인 것이다.


국내에선 아직 이 가보지 않은 곳의 지도와 이 새로운 기호에 대해 이견이 분분하고 있었을 때, 정작 이 지도는 다른 나라들에서 먼저 활용되고 있었다. 트위치도 광고주에 집중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중심의 플랫폼을 지향하며 아프리카TV를 벤치마킹해 스트리머 후원 모델을 도입했고, 이어 중국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후야(HUYA), 그리고 2017년에 유튜브도 라이브 방송에 슈퍼 챗(Super chat)을 도입한다. 틱톡도 지난 1월 라이브 방송 시청자가 '틱톡 코인'을 결제해 크리에이터에게 선물하는 방식의 '라이브 방송 후원 기능'을 정식 도입한 바 있고, 지난달에는 최근 음성 기반 SNS로 각광받은 클럽하우스도 앱 내 대화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을 후원할 수 있도록 '송금' 기능을 추가했다. 또한, 트위터도 지난 7일 앱 내에 '후원하기(Tip Jar)' 기능을 베타 오픈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야말로 한국의 '선물 문화'를 앞 다퉈 도입 중이다. 라이브 스트리밍이라는 신세계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척한 자가 만들어놓은 지도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에게 '선물 문화에 비즈니스 모델 특허라도 만들어 놓았으면 좋지 않았겠나' 물었다. 정 대표는 현재와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시대로 진입되기 전까지 과도기 단계에서는 실상 특허까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서비스의 완성도와 생태계 구축이 최우선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오히려 특허가 없었기에 국내외로 다양한 1인 미디어 문화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데 일조하게 된 것이 아니었겠냐며 넉넉한 웃음을 보였다.

그의 이야기처럼 이 '선물 문화'는 특허 등재는 안됐지만 논문에 담겼다. 지난해 겨울, 세계 3대 비즈니스 사례집 중 하나인 캐나다 '아이비 비즈니스 스쿨 케이스'에 미국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로스 교수가 저술한 사례 연구인 '아프리카TV: 스트리밍계의 대부'(AFREECATV: THE GODFATHER OF STREAMING)가 등재됐다. 논문에서 로스 교수는 광고에 의존하던 기존 미디어들과 달리 이용자들이 방송을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BJ를 후원하는 아프리카TV의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적이라며 주목한 바 있다. 특히 로스 교수는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의 석사논문,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의 상호작용성이 후원 아이템 구매에 미치는 영향: 아프리카TV 사례 분석'이 이번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만학도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대략 듣긴 했었지만, 세계적인 석학이 인용할만한 논문의 주인공인 줄은 몰랐기에 회사 일도 바쁜 가운데 언제 또 이런 연구까지 진행했는지 물었다.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IT 기업의 수장을 맡게 되면서 기술적 부문의 이론과 실무에 보완의 필요성을 느껴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 논문은 지난 2017년 석사를 마치며 제출한 것이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앞서 개척해온 지난 10여 년. 그만큼 많은 논란들, 수많은 예단, 편견들과 마주하도록 했고 또 한편으로는 아프리카TV를 지금의 대열에 올려놓은 이 '선물 문화' 이야기를, 다른 이도 아니고 이 회사의 대표가 직접 자신의 학위논문으로 연구해 발표했다는 사실은 1인 미디어에 대한 이 회사, 임직원들의 철학이 어떤 것인지 느껴지게 해주는 지점이다.

아프리카TV의 '선물 문화' 모델 '별풍선'은 트위치, 유튜브, 틱톡 등 세계 유수 미디어 플랫폼들에서 연이어 벤치마킹했다.

영화 UP에서 풍선을 타고 남미 '파라다이스 폭포'에 여행을 가겠다던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부터의 오랜 꿈은 현실 앞에서 계속 미루어지지만 여러 어려움 속에 마침내 이루고야 만다. 지난 10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먼저 나서며 그 꿈을 이룬 아프리카TV, 앞으로의 10년도 보다 큰 미래의 꿈을 향해 더 높이 올라가 보길 바라본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플랫폼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한 줄 서평.


◇" ‘아프리카TV’는 1인 미디어를 별의 순간으로 UP 시키는 미디어다! "


변화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미디어 종사자들의 삶까지 살펴보는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 편은 다시 1인 미디어 채널의 주인공을 만나보겠다.


2021년 5월 28일 


이희대 광운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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