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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대 Jul 11. 2021

[희대의 NOW 구독중]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①

매스미디어의 익숙함에 대한 1인 미디어의 당찬 도전

[디지털타임스] <희대의 NOW 구독중> 열일곱 번째 칼럼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 구독자 여러분들도 쉽게 떠올리실 동요의 가사다. 노랫말 속 선망의 대상, 이 텔레비전, TV 방송 그 역사는 어떻게 될까? 1927년 미국의 발명가 필로 판즈워즈가 첫 시제품을 발명했고, 정규 개국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한 것은 1936년 11월 2일 흑백 아날로그 영상으로 전파를 송출한 영국 BBC One 채널이 최초다. 인류에게 TV 방송이라는 단어가 함께한 지 거의 100년이 된 셈이다.


그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던 공식을 깬 동영상 1인 미디어의 역사는 어떨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미국의 유튜브가 2005년 4월 23일에 탄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놀랍게도 유튜브보다 한 해 더 앞선 2004년 10월 첫 서비스를 선보인 판도라TV를 시작으로 다음 해 유튜브와 동시에 아프리카TV, 엠앤캐스트, 엠군, 곰TV, 다음TV팟 등 국내에도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들이 등장한다. 이중엔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혹은 과거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한 사례들도 있지만, 전 세계 IT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유튜브와 견주어도 당당하게 우리나라 특유의 모델로 확고한 1인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오며 성장해 한국의 대표 미디어가 된 사례도 있다. 그리고 이 미디어, 상장된 주식의 시가총액이 최근 1조 클럽에 들어섰다. 


어디일까? '아프리카TV'다. 당연히 부침은 있었다. 게임 방송이라는 장르적 한계에 머물러 있던 아프리카TV가 한국의 대표 1인 미디어로 성장하게 된 그 역사는 2011년 겨울부터 다시 써졌다. 주가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지만,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이 회사의 주가는 약 5천 원이었는데 현재는 당시의 17~18배로 성장했다. 주가는 통상 회사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도 하는데, 많은 이들이 향후로도 이 회사, 이 1인 미디어 플랫폼의 가치와 미래를 높게 평가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광운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이희대 교수와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이사가 판교 본사에서 기념 촬영 중이다.

이 명실공히 한국 대표 1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한 이곳의 지난 10년, 적잖이 척박했던 한국의 1인 미디어라는 불모지를 개척해온 역사를 들어본다면 1인 미디어 생태계를 구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안내해드리겠다는 이 칼럼의 의도에도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희대의 NOW 구독중》도 1주년을 맞아 특집의 성격으로 채널의 주인공뿐 아니라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인공들도 만나는 기획을 준비했다. 그 첫 발걸음으로 한국 IT 메카 판교에 위치한 아프리카TV 본사를 다녀왔다. 


동종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현업인으로, 또 맡고 있는 강의에 특강 초빙 강사님으로 인연을 이어온 지 8년 여가 되었다지만, 거의 3시간여 시간을 내어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벤처기업 CEO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임에도 선뜻 본 기획에 응해준 정찬용 대표이사께 감사함을 먼저 전한다. 한편으론 그만큼 나눌 이야기가 많았음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2편에 나누어 전해드린다. 이번 이야기는 먼저 '1인 미디어'를 중심으로, 다음은 '선물 경제'를 주제로 함께했던 대화를 하고자 한다.

이희대 교수의 《희대의 NOW 구독중》 -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 01'편 첫 번째

첫 질문을 겸해 시가총액 1조 클럽의 반열에 오른 것을 축하하며 이런 시기가 올 것을 언제쯤 알았을지 물었다. 답은 확고했다. 사실 그를 알고 지내온 8년간 그 답은 항상 변함없었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정 대표는 유저들, 일상 대부분을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평범한 우리 다수의 이용자들의 선택이 더 편하고, 좋다고 느껴지는 방향으로 아프리카TV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왔었다. 미디어가 의제를 게이트키핑을 하고, 제작 내역을 선정하며, 편성을 주도하는 기성의 매스미디어 유형과 유저가 직접 자신의 채널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 의견을 선보이는 참여 형 1인 미디어 모델 사이에서 결국 어느 쪽으로 더 많은 이들의 선택이 옮겨갈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다. 당연히 정 대표는 후자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을 믿었기에 2011년 아프리카TV호에 승선을 선택했고, 이후로 계속 이 신념을 견지해왔다. 일종의 철학이었다. 민주주의가 고도화될수록 개인이 자신의 의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할 수 있는 창구와 기회는 더 다양해져야 사회가 발전되는 것이고, 사회 구성원들은 종국엔 응당 그 방향으로 선택을 확대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다만, 구텐베르크가 활자 인쇄술을 개발한 이후 500년 동안 언론, 미디어 분야만큼은 일반인, 개인이 같은 장에서 함께할 영역이 아닌 것으로 익숙해져 왔던 인류에게 이 믿음은 사실 10년 전만 해도 거의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희망으로 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아프리카TV는 많은 이들의 인식에서, 또 언론 지상에서도 잠시 떠올랐다 사그라질 과도기 미디어 중 하나로 정의되는 것이 다반사였고, 실제 1인 미디어를 표방했던 여러 플랫폼들은 이 과정에서 실제로 그런 결과를 맞기도 했다.


온라인 미디어가 성장하면서 심의와 규제의 대상이 되자 주관 기관이 주최하는 회의에서 당대를 대표하는 미디어들과 자리를 같이한 1인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는 무언가 같이 섞이기 어색한 존재처럼 보였고, 매번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자리에 정대표가 있었다. 아무리 신념이 있었다고 해도 쉽지 않을 일이었을 텐데 그때마다 그 자리를 지켰고, 그 신념을 이야기했다. 심의와 규제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플랫폼 간 균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설파했다.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이 분위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리고 그가 이야기했듯 소비자들의 선택이 점차 누적되면서 변화됐다. 우리는 지금 그 모습을 보고 있고. 당사자는 또 이 믿음을 증명하고 싶었기에 당시 게임이라는 장르에 한정되어 있던 생태계의 확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한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 중계권과 음악 저작권 등에 투자를 높인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게임과 e스포츠 분야에 대한 투자는 물론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프리카TV가 방송사도 아닌데 무슨 중계권을 그리 많이 구매하냐는 질문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곧 알게 된다. 기획부터 제작, 송출까지 모든 것을 1인이 진행하는 1인 미디어 시스템에서 가장 좋은 제작의 소재는 1차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것이다. 즉, 아프리카TV의 크리에이터인 BJ들이 기존 게임 장르 외에 스포츠나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콘텐츠를 확장해 제작하는 데 있어 저작권 이슈를 선결해주는 조치였던 것이다. 같은 견지에서 정 대표는 "아프리카TV의 제1 고객은 BJ입니다"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미디어 플랫폼이면 응당 최종 소비자인 유저가 제1 고객 아니냐는 반문은 우문이 되었다. 참여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하는 아프리카TV는 유저가 곧 BJ고, 또 이들 BJ들이 유저들을 참여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1년부터 매 연말에 진행되는 BJ 대상도 이런 취지에서 시작했고,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BJ 간담회도 정 대표가 직접 주관하는 경우가 많다. BJ들의 제작을 돕기 위한 각종 스튜디오 등 인프라의 확장도 역시 같은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타 미디어 플랫폼사들과 달리 아프리카TV 전체 인원 중 BJ를 지원하는 인력이 약 30%에 이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미디어 플랫폼이지만 일종의 매니지먼트사이자, 제작지원사 성격이다.

이희대 교수의 《희대의 NOW 구독중》 - '아프리카TV 정찬용 대표 01'편 두 번째

물론 노력만큼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6년 이른바 '엑소더스' 사태가 일어난다. 유명 BJ와의 커뮤니케이션 오류에서 불거진 이슈로 인해 인기 BJ들이 단기간 플랫폼을 갈아탄다고 선언하며 아프리카TV를 떠났던 사태다. 같은 1인 미디어 플랫폼이면서 실시간 방송이 주력인 아마존의 '트위치'가 아프리카TV의 위상을 대신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고 주가도 급락했던 말 그대로 위기였다. '제1 고객은 BJ'라는 원칙은 이때 더 견고해졌다. 화질 개선 등 제작환경에 대한 투자와 BJ 중심의 다양한 제도 개선 등을 내놓았고 건실히 이를 지키면서 신뢰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1인 미디어 대전, 1인 미디어 창작그룹 육성사업 등 정부 주도의 1인 미디어 육성 공공사업에도 함께하며 자사가 보유한 인프라를 최대한 공유 중이다. 정 대표는 본인이 생각하고 꿈꾸는 1인 미디어 시대까지는 아직 더 갈 길이 남았다며, 대중화를 위해서 이런 공익 활동들을 최근에 더욱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성격의 단체와 기업, 기관 등과 MOU를 확대 중인 것도 역시 같은 일환이다.


아프리카TV는 'Anybody can freely broadcast TV'의 약자다. '누구나 자유롭게 TV를 방송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모든 이의 바람을 현실에서 구현해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이름이다. 유튜브(Youtube)도 '당신의 TV'라는 의미다. 이들이 첫 선을 보였던 시절이 아직 스마트폰도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때 15년여 전임을 상기해보면 지금의 1인 미디어 전성시대를 그 당시 꿈꾸었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시도였을지 모른다.

아프리카TV는 'Anybody can freely broadcast TV'의 약자다. '누구나 자유롭게 TV를 방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움은 익숙함과의 싸움을 겪어내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전문가들의 영역, 심의가 규제가 당연히 수반되는 기성 매스미디어가 더 익숙했던 지난 15년간 이들은 때론 천덕꾸러기, 혹은 2류, 3류 미디어라는 인식을 견디며 성장했다. 시청과 제작, 공유를 손 안에서 자유롭게 가능하게 한 스마트폰의 등장과 보급이 이들의 성장을 더욱 견인했음은 물론이지만, 멀리 내다본 이들의 무모한 도전은 미디어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상파 공채에 합격했지만 정작 TV에는 제대로 얼굴을 비출 기회를 못 잡아 고심하던 개그맨, 노래와 끼가 충만하지만 무대에 설 자리를 못 찾던 뮤지컬 배우, 정형화된 강의보다 이야기하듯 가르치는 것이 어울리는 중국어 선생님. 그리고 게임, 요리, 낚시, 독서, 캠핑 등등 다양한 분야의 개성 있는 덕후들, 일반 개인들이 더 이상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이 아닌 원한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TV를 개설해 방송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재능, 정보, 의견을 공유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새로움이 다시 익숙함으로 자리하는 순간을 지금 우리는 목도중이다.


3시간을 넘게 나눈 정찬용 대표이사와의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계속된다. 우리가 몰랐던 그러나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아프리카TV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희대의 NOW 구독중'은 원래 채널을 탐방하고 한 줄 서평을 전해드리는데 오늘은 좀 다른 시도다. 플랫폼이기에.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플랫폼’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한 줄 서평.


◇ " ‘아프리카TV’는 미디어의 익숙함에 대한 당찬 도전'이다! "


변화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미디어 종사자들의 삶까지 살펴보는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은 아프리카TV 2편으로 또 만나 뵙겠다.


2021년 4월 30일 


이희대 광운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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