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유튜브, 관록과 패기의 조화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1980년 CNN이, 1981년 MTV가 케이블 TV로 첫 선을 보였을 때, 당시 많은 미국인들은 이 채널의 실패를 예견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루 종일 뉴스, 뮤직비디오를 방송하는 채널이 있을 수 있겠어? 그리고 그걸 누가 보겠어?" 뉴스와 쇼, 드라마, 다큐 등 장르별 프로그램을 지정된 요일, 시간에 알아서 편성해 보여주던 3대 지상파 방송사 NBC, ABC, CBS의 종합편성에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은 전문채널이란 게 낯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방송의 역사는 구독자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1995년 단 21개로 시작한 케이블 TV의 전문채널은 현재 158개 채널로 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2020년 12월 현재 구독자 1000명이 넘는 국내 유튜브 채널의 수는 5만 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말 그대로 TV에서도, 또 1인 미디어에서도 취향저격과 전문성으로 시청자의 눈을 낚아채야 하는 전문 채널들의 전장이 된 셈이다.
지상파 방송 이후 케이블 TV, 위성방송, DMB, IPTV 등 새로운 수신 방식의 방송들이 나타날 때마다 이를 '뉴미디어'라 했고, 그때마다 이 '새로운 미디어'에 맞는 채널,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 관련 학자들도, 제작자들도 미리 연구를 하고, 준비를 했고 때론 성공과 실패를 맛보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채널을 열고, 콘텐츠를 만들고, 시청자의 선택받을 수 있는 1인 미디어 환경을 맞아 그 역할과 준비를 개인들이 직접 하고 있다. 기성 TV를 기반으로 출범 당시에는 전문채널이란 영역이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냐를 두고 우려를 갖던 158개 방송채널들이 지금은 더욱더 전문화된 개인들의 채널과도 경쟁을 하는 미디어 환경에 놓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와 부침의 기간 속에도 여전히 지속해서 사랑받는 전문채널도 있다.
금주 《희대의 NOW 구독중》이 찾은 곳은 1000만 낚시인들의 '최애' 전문채널, 20년 관록의 한국낚시채널 FTV다. 이 FTV가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유튜브는 물론 자체 전문채널에도 경쟁력 있는 '어복(魚福)'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해서 판교에 위치한 FTV 스튜디오를 찾아가 이를 준비하는 주인공들을 만나고 왔다.
FTV 시청자 또는 구독자분들이라면 익숙하실 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분은 말 그대로 신·구의 조화가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베테랑 제작 관록의 유지환 프로듀서는 FTV의 개국 멤버이자 현재 FTV 온라인 채널 전반의 운영과 기획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었고, 엄청난 공채 경쟁을 뚫고 FTV의 새 얼굴이 된 홍현지 아나운서는 이제 막 입사 한 달이 안 된 신입 사원임에도 유 PD와 같은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을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로 치면 대선배와 막내가 함께 프로젝트를 끌어가는 그림인데도 구수한 유 PD의 입담과 생기발랄한 홍 아나운서와의 인터뷰 속에서 FTV가 앞으로 그려갈 청사진들이 엿보였다.
FTV의 오랜 구독자였기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고 계셨을 디지털타임스 구독자분들을 위해 인터뷰에 함께한 유지환 PD가 말 한대로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히트 프로그램'이라는 FTV의 대표 프로그램 '붕어낚시 월척특급'에 대해 이야기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TV 프로그램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진 프로그램, 장수 프로그램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마 전국노래자랑으로 알고 계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한 방송사를 기준으로 하면 맞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역사로 본다면 '장학퀴즈'다. 1973년 2월 18일 MBC에서 처음 방영한 고등학생 대상의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는 1997년 EBS로 자리를 옮겨 올해로 벌써 48년째 방송 중이다. 송해 선생님과 함께 그려지는 KBS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에 첫 방송됐다. 이 두 개 프로그램을 포함해 우리나라에 30년 이상 유지되어온 장수 TV 프로그램은 5개뿐이다. KBS의 '딩동댕 유치원'이 1982년, '추적 60분'이 1983년, '가요무대'가 1985년에 각기 첫 방송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편성 중이다. 1984년에 시작해 36년간 방송되던 '연예가중계'는 작년 11월 마지막으로 방송되어 30년 이상의 장수 방송 클럽에서 아쉽게 빠졌다.
그렇다면, 1995년 3월 1일 오전 10시에 출범해 2020년 현재 만 26세를 맞은 당시의 뉴미디어 케이블 TV의 최장수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유지환 PD가 제작한 '붕어낚시 월척특급'이다. 칼럼이 게재되는 금주에 이 프로그램의 방영 회 차는 723화 째며 제목은 '겨울밤, 월척이 남긴 여운'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다소 무모하기까지 했던 기획인 '대물낚시'라는 콘셉트로 2002년 7월 26일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만 19년째, 정확히는 18년 하고 151일째 방영 중이다. 참고로 케이블 TV의 두 번째 장수 프로그램은 《희대의 NOW 구독중》에서도 먼저 찾은 적 있는 MBC플러스의 음악 프로그램 '주간 아이돌'이다. 2011년 7월 23일에 첫 방영되어 현재도 인기리에 편성 중이다. 그래도 1위와 2위 간 차이가 좀 있다. 그만큼 FTV의 '붕어낚시 월척특급'은 우리나라 케이블 TV, 전문채널 콘텐츠의 역사라도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낚시전문 PD로 자랑스레 자칭하는 유지환 프로듀서에게 낚시 콘텐츠의 매력, 그리고 낚시 인구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국내 낚시 인구는 2015년 677만 명에서 2018년 800만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고, 올해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국 해양수산개발원 통계까지 들어 설명했다. 국민 5명 중 1명이 낚시를 하는 셈이라 전문채널로서는 입지가 확실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올해는 코로나로 해외 관광이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에서 바다나 강처럼 넓게 트인 자연을 무대로 촬영하는 낚시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청량감을 안겨주는 대리만족을 선사해 인기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낚시 예능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베테랑 선배들이 다수인 FTV에 최근 공채로 입사한 홍현지 아나운서는 법학도로 4학년 학점이 4.5만 점, 입사 시험에서도 낚시와의 인연을 남다르게 어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함께하게 된 재원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Z세대로, TV보다 모바일이 더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1인 미디어 시대, OTT(온라인 동영상) 시대를 맞아 FTV의 차세대를 선배들과 끌어갈 새로운 구심점인 셈이다. 그녀에게 물었다. 어쩌면 거실 TV에서 아버지가 보시던 낚시 채널 정도의 기억 정도를 빼면 오히려 입사 전에 FTV에 대한 이미지는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나 네이버, 카카오TV 등에서 접한 것이 더 익숙한 모습이었을 것 같은데 왠지 어른들의 방송, 그런 느낌 솔직히 없었는지, 있었다면 내가 가면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그런 마음은 없었는지 등을... 답변의 의외였다. '낚시'를 주제,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20여 년간 만들어오고, 최근엔 이미 국내외 유튜브 채널 등을 거의 대부분 섭렵하고 분석해온 선배들이 적어도 '낚시' 장르에 있어선 디지털 네이티브에 더 가깝더라는 것. 오히려 기성 아나운서의 톤이 몸에 배어있는 자신이 더 '아날로그'스럽다며 선배들로부터 좀 더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시청자와 눈높이를 맞추자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역시 전문채널의 관록과 역사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는 대목이었다.
FTV는 전문채널 중에 또한 상을 많이 타기로 유명한 곳이다. 국내외 수상작이 다수인 것은 물론이고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방송통신위원회위의 방송콘텐츠 제작역량평가 8년 연속 '매우우수' 채널로도 선정된 바 있다. 그만큼 자체제작을 많이, 제대로 한다는 것이다. 제작비 아껴가며, 구매한 프로그램이나 재방송 등으로 운영비용을 효율화하는 채널들도 적지 않은데 이 채널의 철학은 특별하다. 유 PD의 답은 간단했다. "좋아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채널 CEO인 나채채 대표도 스스로 낚시 주제의 음반을 녹음하고 출시할 정도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말릴 수가 없고, 통념을 깬 시도도 많다. FTV가 드라마를 벌써 3편을 만들고 방송했다면 모르는 분들은 놀랄 일이다. 2014년 '손맛'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고조선', 올해는 드라마 '조미료'로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을 하기도 했다. 창사 20년을 맞은 올해는 특히 '복면낚시왕', '입낚연구소' 등 유튜브 전용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브이 포 벤데타' 가면에 정말 여러 가지로 특별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복면낚시왕'은 별도 채널로 독립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처음 밝힌 바로는 내년에는 낚시 소재의 장편 '시트콤'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이 분들 정말 '낚시'로는 못 말릴 분들이었다.
콘텐츠의 품질이나 다양성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유튜브의 타 낚시 소재 채널들 대비 아직 FTV는 TV보다 유튜브에서의 반응은 차분한 편 같다는 질문에 홍현지 아나운서는 젊은 낚시 팬 입장에서, 또 한편으로 FTV의 멤버로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심의 규제 등이 있는 TV 프로그램의 시청자 층과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것을 감수하며 취향에 어필하는 유튜브의 시청자 층이 다른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다만, 보다 각 미디어 특성에 맞는, 시청자 층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해서 콘텐츠를 젊은 시각으로 기획하고 제안드리고 함께 하겠다." 어쩌면 모범답안 같은 이야기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도 사실 시원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현재의 방송채널이 몇이나 있을지도 싶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함께 방송미디어 산업체 현장교육을 진행하며 매해 미디어 관련 학과의 젊은 대학생들을 초청해 실무교육과 더불어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또 입사로도 인연을 맺었던 것 또한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일환이었다.
유지환 PD와 홍현지 아나운서,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베테랑 선배의 관록과 신인 루키의 패기가 어우러진 그래서 관중석의 팬들도 신바람이 나는 즐거운 홈경기 한판을 관람한 느낌이었다.
'베테랑의 관록'은 FTV 자체가 그 역사다. 연간 200개가 넘는 프로그램들을 직접 자체 제작하는 국내 몇 안 되는 전문채널이고 국내외 콘텐츠 부문 수상작도 열다섯 작품이 넘는다. 한국 케이블 TV 장수 프로그램의 전설 '붕어낚시 월척특급'도 FTV의 결실이자 개국 멤버인 유 PD와 같은 베테랑들이 만들어온 한국 전문 채널의 역사인 것이다. 현재 723회 차인 이 프로그램의 1000회 차를 계산해보니 2025년 4월이다. 5년 후다. 《희대의 NOW 구독중》도 역시 장수 칼럼이 된다면 꼭 그때 1000회 차 축하 특집으로 다시 판교를 찾고 싶다. 한편으로 이 채널은 최근 드라마, 시트콤, 유튜브와 OTT 전용 프로그램 등 독특한 콘텐츠들로 시즌 제를 도입하며 낚시인들의 취향을 저격 중이다. 이 새로운 도전들은 역시 젊은 피, 신인 루키의 몫일 텐데,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Z세대인 홍현지 아나운서가 만들어갈 미래, 새로운 FTV의 모습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나운서 공채에서 낚시 실력이 주요 평가 요소가 되는 것을 보고 역시 전문채널의 저력을 거듭 느껴본다. '전문성', '내공'은 이렇게 경험에서 나오는 관록, 젊음에서 나오는 패기. 신구의 조화에서 만들어짐을 새삼 깨닫는 인터뷰였다.
구수한 유지환 PD와 새내기 신참 홍현지 아나운서와 함께했던 못 말리는 낚시 이야기는 디지털타임스 유튜브 채널 '디따'에서 이후 영상으로 살펴보시길 바란다. 아쉽지만 본 지면에서는 《희대의 NOW 구독중》 채널 한 줄 서평으로 소감을 전해드린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한 줄 서평.
1인 미디어는 물론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변화를 추구하는 채널들까지 친절하게 찾아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 편엔 또 멋진 채널을 찾아 소개드리겠다.
2020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