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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습히 Nov 21. 2022

조용필 사인으로 포인트 키캡을 만들어봤다.

기계식 키보드와 덕질 굿즈의 가능성

아무런 특징이 없는 키보드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는 것이 있다면 포인트 키캡일 것이다.

글쓴이도 키보드를 취미로 모으다 보니 키보드만큼이나 키캡도 자연스럽게 모으게 되었다. 아니, 키보드를 모으면 키캡에 집착하게 된다. 물론 키보드 수집은 저렴한 제품부터 모은다면 부담이 적다고 생각하지만, 퀄리티 높은 공제 키캡은 키보드 가격만큼 한다. 예를 들어 금속을 CNC로 깎거나 주물로 만들면, 소량일수록 비싸지는 게 당연하다.

자신이 원하는 작은 무언가에 십수만원을 쓰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시기에 직면한 것이다.



스타워즈부터 디에디트 로고까지 좋아하는 것을 이것저것 샘플로 만들어 봤다.


그래서 필요한 키캡은 그냥 만들어 쓰고 있다.

좋아하는 로고부터 한자나 이름까지 키캡에 새겨지는 무늬는 다양하다.

요즘은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는 키캡도 다양해지고 저렴해졌지만, 접근성이 좋은 만큼 구입 후에는 별다른 매력을 못 느꼈던 경우가 많았다. 글쓴이도 취미로 만드는 수준이라 누가 봐도 멋진 키캡을 만들  없었지만, 이젠 포인트 키캡을 만든다는 것이  다른 취미의 영역이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무언가 독특한 것이 갖고 싶었다.

그러던 중 오래전부터 갖고 싶은 사인이 있었으니 그것은 가수 조용필의 사인이었다.



https://www.instagram.com/p/BQU-gFxjfWu/


2017년에 발매된 조용필 19집 '헬로(Hello)'가 젊은 가수들 사이에서 호평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빅뱅의 지드래곤은 바운스를 듣고 가슴이 뛴다고 던가? 하지만 이 시기에 제일 부러웠던 것은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받았다던 조용필의 친필 사인 앨범이었다. SNS에서 우연히 보고는 너무 부러웠. 그래서 생각했다. "어차피 조용필 싸인을 직접 받을 일은 없을 테니, 그냥 기계식 키보드에 사인 키캡을 넣어서 덕질이나 해볼까?"

결국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미개봉 LP 앨범의 사인을 찾아보니 무려 600만원 - http://lpgallery.co.kr/category/gallery/29/


사인을 키캡에 넣기로 정했으니 기본적인 디자인은 정해졌만, 사각형 모양과 곡면으로 처리된 표면에 얇은 선으로 이루어진 무늬를 넣어보니 막상 그냥 그랬다. 유명인의 사인을 매일 손으로 만져야 한다는 거부감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고민의 시간이 흐르고 "내 덕질은 이렇지 않아!"라는 생각이 지나칠 무렵, 조용필 팬클럽에서 (도울 필)이라는 한자 눈이 갔다.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hhw000002564&supid=hhu000002565


조용필 팬들에게는 약간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예를 들어서 가수분과 사진을 찍거나 직접 사인을 받으면

"필복 받으셨네요" 라던가 "오늘도 필복 받으세요."라는 댓글이 많았다.


feel이라... 필뽕이 차오를 시점에서 느껴지는 도울 필이라는 글자는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결국 손으로 만져지는 표면에는 필()을 넣기로 하고, 사인은 측면에 넣기로 결정했다.

디자인과 편집은 자신이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키캡에 넣을 도안을 완성했다.



자작 연예인 굿즈... 나름 괜찮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


재료는 키캡으로 많이 쓰이는 PBT이고 남이 보기에는 작은 플라스틱이겠지만, 취미의 영역은 자기만족의 세계라서 그런지 이 정도면 내 눈에는 멋져 보인다.

이제 조용필 노래를 들으면서 손으로도 필을 느낄 수 있다. 이 얼마나 필복 받은 삶이 아니겠는가?



손으로 만져지는 필은 언제나 감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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