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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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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Jul 28. 2022

휴식

서울 근교 숲 속에 있는 카페에 와있다.

인스타 알고리즘에 의해 발견한 신상 카페인데 아직 가오픈 기간이고 평일 오픈 시간에 맞춰 움직여 제법 한산하다.

사악한 빵값과 커피값은 차치하고서도 이용시간 2시간, 1인 1 음료, 와이파이 없음 등 여기저기 적힌 제약사항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8000원짜리 음료와 4500원짜리 소금 빵을 시키고 더위를 피해 실내로 자리를 잡았다.

잔뜩 챙겨 온 디지털기기들은 와이파이의 부재로 가방에서 꺼내지조차 못하고 아직 못다 읽은 책을 한 권 꺼내 들었다.

이 카페의 매력은 북한산 숲 속에 있다는 것인데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밖의 풍경을 구경하는 것에 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느니 여름의 더위라도 만끽하자는 마음으로 책과 음료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같이 간 남편은 에어컨과 노트북을 포기하지 못하고 테더링을 이용하며 실내를 고수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시선이 닿는 안과 밖에 나눠 앉았다. (10년 차 부부는 각자의 시간을 즐기는데 익숙하다) 한옥식으로 꾸며진 실외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책을 꺼내 들었다.

나무 그늘과 지붕이 만들어낸 그늘은 바람이 솔솔 불어 시원했고 매미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어울여저 어느 음악보다 훌륭했다.

은서 또래의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은 어느 영상보다 재미있고 다채로운 소리에 정신을 빼앗겨 읽었던 부분을 읽고 또다시 읽어도 마음이 평온하다.  이 카페에는 빵을 훔쳐먹는 길고양이 쌍봉이가 상주하고 있는데 어느 하나 빵을 빼앗겨도 화내지 않고 하하하 웃는 모습에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빵값 커피값에 대한 불만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이 평화로움에 더 비싼 가격도 지불할 수 있단 생각까지 든다.  자연은 얄궂게도 프레임 속에 담을 수 없다.

이 순간에 있는 햇살과 소리, 풀내음, 벅찬 내 기분을 담기 위해 글을 쓴다. 아무래도 나는 이곳에 다시 올듯하다. 마음에 쉼표를 찍기 위해서, 그리고 빵이 너무 맛있네 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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