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PR전문지 '더피알' 기고된 글입니다. [강함수의 프레임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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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커뮤니케이션 임원, 홍보 담당자, PR 서비스 담당자들을 만나면 한결 같이 나오는 두 가지 담론이 있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PR, 홍보 등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 “그것의 가치가 무엇이며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그리고 “윤리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 예를 들어 조직과 공중 간의 신뢰 관계, 항상 신속하고 윤리적이며 책임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도덕적’ 원칙 등이 기업 현장에서 가능한가?”라는 논의다.
필자는 이 담론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담론’ 자체를 ‘중단’ 아니 삭제하자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기업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시대에도 기업의 전략 커뮤니케이션과 PR활동은 멈추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 그것은 분명 ‘없음의 리스크’, ‘부족의 비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극적이고 맥락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전략 커뮤니케이션과 PR의 역할과 가치를 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자는 말이다. 우리의 ‘프레임워크(Framework)’에 대한 이야기다. 프레임워크는 일에 대한 판단이나 결정을 위한 틀을 의미하며, 근본적인 구조나 골격과 같은 의미도 있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구성하는 일련의 가정, 개념 가치 및 관행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우선, 우리는 비즈니스 목적에 따른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조직을 옹호하고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락을 실행할 수 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적 관점, 우선순위, 상황 판단에 기반한 결정 하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영 및 비즈니스 프레임워크와 전락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즉, 경영적 판단에 따른 전략 커뮤니케이션으로는 오디언스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공분, 갈등, 대립적 인식이 커질 수도 있으며 ‘나쁜 조직’이라는 이야기가 돌 수 있다.
둘째, 프레임워크는 근본적으로 ‘상대’를 고려한다는 데 있다. “상대를 고려한다”는 말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상대는 누구인가? 공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공중은 누구인가? 도대체 누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당장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현장 기자가 생각날 수 있다. 오디언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들은 또 누구인가?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인가? 고객만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대상자인가? 이 복잡한 ‘대상’을 규정하는 것은 단순히 ‘너는 누구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어떤 입장에 있으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대상은 인간적 주제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특정만 상황이나 여론의 흐름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의견이 모여서 일정한 방향으로 형성되는 것이 여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형성된 여론 그 자제도 또 다른 큰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상대’의 입장과 요구, 기대를 ‘읽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을 조성하는 조율 대상이 된다. 이렇게 다변적이면서도 역설적인 ‘대상’을 고려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프레임워크는 ‘만약 그렇다면(What if)’과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의 틀을 가지고 일의 기준을 굳건히 견지해야한다.
만약 우리 조직이 침묵한다면, 리콜하지 않는다면, 방어와 공격을 결정한다면, 최소한의 피해 보상만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그려내야 한다. 경영과 비즈니스 프레임워크에 따라 결정된 바에 따르면, 우리는 그것이 가져올 ‘여파’를 따져보고 논제로 삼아야 한다.
‘조망수용’은 타인의 입장에서 자신을 상상해 봄으로써 타자의 의도나 태도, 감정, 욕구를 주론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을 별개로 구분해, 타인의 생각과 감정, 지식 등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브랜드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장에 내놓은 제품과 서비스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너의 관점, 그들의 관점으로 전환하여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명성, 신뢰 브랜딩, 진정성 등의 개념적 단어들의 공통점은 내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부여받는다는 사실이다.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치’를 검토해야 한다.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감정, 의견, 인식이 형성되는지를 그들의 관점에서 추론해 조직과 ‘대상’을 연결시켜야 한다.
셋째, 조직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것과 공중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장을 바꿔 보자. 조직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 공중의 입장만을 수용하는 것. 이 양극단의 역할을 수행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상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살펴봐야 한다. 그 행위가 가져오는 ‘여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다. 현장의 전략 커뮤니케이션과 PR 실행 행동은 사과, 양보, 수용, 조정, 옹호, 논쟁, 갈등, 침묵, 경쟁, 대립, 법정 공방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조직의 입장에서 최적의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 지향점이 기업과 사회,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의 균형적 커뮤니케이션 관계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상적인 논의일 수 있다. 우리의 일은 우리의 프레임워크를 견지하면서 조직의 상황에 영향을 미지는 변수를 가려내려는 노력이다. 조직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이 변수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전략 커뮤니케이션과 PR행동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넷째, PR 커뮤니케이션이 본질적으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부작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작위의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다. 기업 업계 현황, 기업 자원 정도, 조직의 과거 경험, 관행적인 업무 방식, 부서 간 관계, PR부서 위상, 최고 의사결정권자 특성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경계’의 사고 기준이다. 앞서 언급한 ‘만약 그렇다면’, ‘조망수용’은 이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작게는 뜻밖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의사결정에 의해 옳지 않거나 잘못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이다.
얼마나 사업부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할 때 사업부 임원이 배석한 홍보 임원에게 매번 “하지 마라”, “주의하라”, “사실인가?”식으로 태클을 거는지 이제 알 것 같다고 하면서 웃으셨던 분이 계셨다. 홍보 임원은 우리의 프레임워크를 잘 활용하고 계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경계’가 단순히 방어적이고 사후적인 관리 세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계’는 비판적 사고의 한 형태다. 비판적 사고는 “관찰, 경험, 성질, 추론 또는 의사소통을 통해 수집하거나 생성한 정보를 신념과 행동의 지침으로 삼아 능동적이고 능숙하게 개념화, 적용, 분석, 종합 또는 평가하는 훈련된 과정”으로 정의된다.
비판적 사고에는 정보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내우고 적용하는 것이 포함된다. 경계는 결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신중하고 철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룹 의사결정에 비판적 사고가 적용될 수 있게 한다.
1986년 히로카와(Hirokawa)와 로스트(Rost)는 “구성원의 비판적 사고는 적절한 의사결정 결과의 도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비판적 사고의 두 가지 역할을 제안했다. 아이디어의 생성을 돕는 창조적 역할과 그룹 의사결정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역할이다.
즉, 비판적 사고는 단순히 ‘반대 의견 제시’, ‘문제 제기’가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의 의미, 함축 및 적용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면서, 공중의 입장에서 우리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결정 및 전략 커뮤니케이션 실행에 대한 분석을 의미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는 수많은 현장에서 체득한 다양한 방법론이 혼재된 실용적 사고방식이다. 전략 커뮤니케이션과 PR의 큰 틀 속에서 ‘경계의 사고’와 ‘조망수용’의 연습을 위해 우리가 비판적 사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글에서 보다 세부적인 프레임워크, 일하는 방식의 방법론, 전략적 사고방식 등을 사례를 기반으로 소개하겠다.